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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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요금 인상 봇물… ‘조삼모사 정책’ 아닌가

공공요금 인상이 봇물을 이룰 모양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버스, 지하철, 상·하수도, 분뇨처리비에 이르기까지 무더기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난에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요금 인상을 강행하니 서민 호주머니는 텅 비게 생겼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그제 지하철, 시내버스, 광역버스 요금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반대 여론에 부딪힌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강행하는 것이다. 세 광역자치단체는 지하철 300원, 시내버스 200원, 광역버스 550원 올리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는 지난 9일 버스요금 100∼500원 인상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수도권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2000만명을 대상으로 한다. 파장은 만만찮다. 버스, 지하철 요금을 300원 올릴 경우 4인 가족 가구원이 하루 두 번, 한 달 26일을 이용하면 연간 더 물어야 하는 돈은 74만8800원에 이른다. 상·하수도 요금도 들썩인다. 하수도 요금의 경우 전주시는 4월부터 36%, 안동시는 34.6% 올리기로 했다. 제주도는 5월부터 27% 인상한다. 상·하수도, 택시 요금은 이미 지난해 인상 열풍이 한 차례 휩쓸고 갔다.

공공요금 인상에 목을 매는 이유는 부족한 재정을 메우기 위해서다. 정부가 주민세, 자동차세를 3년간 100% 인상하겠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정책이다.

가계 소득증가율은 몇 년간 제로에 가깝다. 일자리가 많아진 것도 아니다. 2월 실업률은 4.6%, 청년실업률은 11.1%로 치솟았다. 숨은 실업자까지 합친 체감실업률은 12.5%에 이른다. 이 통계에는 서민·중산층 가계의 힘든 현실이 드러나 있다. 저유가가 이어지는 만큼 공공요금을 내리는 것이 정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되레 공공요금을 올리니 그 부담은 힘든 서민·중산층 가계에 모두 돌아간다. 정부가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20조원도 모자라 공공자금을 더 풀어 값싼 이자의 안심대출을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득을 늘리려는 방편이다. 그런데 공공요금을 올려 서민·중산층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더 걷고자 하니 이런 엇박자도 없다. 조삼모사라고 할 수 있다.

지방 공기업의 비용을 줄일 구조조정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낭비를 막기 위한 재정 구조조정은 하고 있는가. 정작 해야 할 수술은 하지 않고, 요금을 올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정책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 공공요금은 올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