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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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뜨락] 젖꼭지

정진규

엄마아, 부르고 나니 다른 말을 다 잊었다 소리는 물론 글씨도 쓸 수가 없다 엄마아, 가장 둥근 절대여, 엄마아만 남았다 내 엉덩이 파아란 몽고반으로 남았다 에밀레여, 제 슬픔 스스로 꼭지 물려 달래고 있는 범종의 유두乳頭로 남았다 소리의 유두가 보였다 배가 고팠다 엄마아

―신작시집 ‘우주 한 분이 하얗게 걸리셨어요’
(문예중앙)에서

■ 정진규 시인 약력

▲1939년 경기 안성 출생 ▲196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마른 수수깡의 평화’ ‘비어 있음의 충만함을 위하여’ ‘연필로 쓰기’ ‘도둑이 다녀가셨다’ 등 ▲한국시인협회상, 월탄문학상, 만해대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