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사설] 하늘과 땅 차이였던 나주·장성 요양병원 화재 피해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그제 밤 전남 나주시 모 요양병원 4층 직원 휴게실에서 불이 났다. 지난해 5월 발생한 화재로 29명의 사상자를 냈던 장성 효실천사람나눔 요양병원 참사 악몽이 어른거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제 사고에선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나오지 않았다. 물적 피해도 최소한도에 그쳤다. 피해 규모가 장성 때와는 천양지차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 의식과 대비 태세가 그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곱씹게 된다.

2011년 45실 250병상 규모로 신축된 나주 요양병원은 속절없이 화마에 휩쓸린 장성 요양병원에는 없었던 안전시설이 구비돼 있었다. 화재를 감지하면 소화수를 뿌리는 스프링클러였다. 관련 규정상 이 장비가 의무 설치되는 대상은 연면적 400㎡ 이상 건물이다. 의무 설치대상이 아닌 나주 요양병원은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장비를 갖출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스프링클러를 자체적으로 설치해 둔 것이 이번에 주효했다. 비상한 안전 의식으로 대형 참사를 막아 경미한 소동에 그치게 한 결과다.

스프링클러만이 아니다. 요양병원의 열 감지기는 휴게실 간이침대의 전기장판에서 불길이 치솟자 즉각 작동해 비상경보음을 울렸다. 병원 야간 근무자 22명은 입원 중인 노인 217명을 신속하게 대피시켰다. 불길도 쉽게 잡았다. 역시 유비무환이다. 평소 준비가 돼 있으면 재난도 힘을 못 쓰는 것이다.

장성 참사를 되돌아보게 된다. 당시 요양병원 건물에는 스프링클러가 없었고, 병실 비치 휴대용 소화기 11개 가운데 8개는 잠긴 캐비닛에 보관돼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화재 경보음도 울리지 않았다. 비상구 통로는 문이 잠겨 있었다. 이 바람에 장성 화재는 긴급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6분 만에 진화됐는데도 다수 인명피해를 내고 말았다. 장성과 나주는 같은 전남의 행정구역이다. 불이 난 시점도 10개월여 차이밖에 없다. 하지만 후진국과 선진국 차이만큼이나 다른 결과를 냈다. 화재 피해자와 그 가족, 친지들에겐 지옥과 천국만큼이나 간극이 커보였을 것이다.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현대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민 생명과 안전을 중시하는 국가라면, 본질적으로 같은 유형의 인재(人災)형 사고에 매년 놀라지는 않는 법이다. 관련 당국은 앞으로 어찌해야 장성 유형이 아니라 나주 유형의 안전관리를 할 수 있을지 거듭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