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의 전 운전기사 A씨가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했다”고 말한 이후 이 총리와 새누리당 측에서 A씨의 집 주소를 다방면으로 수소문하고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검찰 입장에선 수사 대상이 핵심 참고인을 회유해 말 바꾸기를 시도한 것이란 의심을 품을 만하다.
2013년 4월 부여·청양 재보선 당시 이 총리 선거사무소에서 일한 이들도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독대는 없었고, 3000만원 전달 사실도 없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거사무소 핵심 관계자 신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역의 큰 정치인이니 사무실이 늘 손님들로 넘쳤다”며 “운전기사가 오락가락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지사 측에서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전달했다는 1억원을 홍 지사가 직접 건네받지 않았다는 쪽으로 입을 맞추고 있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독대, 둘 사이의 금품 수수 여부를 놓고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하이패스, 내비게이션, 신용카드 내역 등 확실한 ‘물증’을 토대로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를 가릴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증거인멸 움직임이 가장 먼저 포착된 것은 지난 15일 경남기업 본사와 성 전 회장 측근들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다. 경남기업에서 확보한 회사 내부 CC(폐쇄회로)TV 녹화파일과 컴퓨터 등을 분석한 결과 파일의 상당 부분이 지워졌거나, 애초부터 CCTV 녹화 자체가 안 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경남기업 측이 자원개발 비리와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사건 관련 내부자료를 빼돌리기 위해 일부러 CCTV를 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증거인멸을 시도한 경남기업 내부 인사를 불러 그 배경과 은닉처를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로부터 복원된 컴퓨터 파일 등을 넘겨받아 분석한 뒤 우선 소환 대상자를 선별할 방침이다. 경남기업 비자금 사건을 수사했던 특수1부의 자금추적 결과를 넘겨받아 경남기업 회계장부도 다시 조사하고 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로비 의혹이 발생한 특정 상황을 객관적 자료로 최대한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쏟아지는 증언과 엇갈리는 진술의 진위를 규명해줄 물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성 전 회장이 타고 다닌 차량에서 압수한 하이패스 단말기 분석이 대표적이다. 2013년 4월4일 홍성 충남도청 개청식에 참석한 성 전 회장이 차를 타고 부여 선거사무소로 이동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이패스는 보관 기관이 3년이어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의 차량번호를 토대로 두 사람이 부여 사무소에서 같은 시간에 머물렀는지 여부를 가려낼 수 있다. 동일 시간대에 두 사람이 부여 사무소에 머물렀다면 독대했다는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성 전 회장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과 성 전 회장 또는 측근이 부여 인근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 등도 핵심 증거물이 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보통 이동 경로가 저장되지 않지만 목적지는 기종에 따라 장기간 보관되기 때문에 유용한 수사 자료가 될 수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