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원이 이동훈과 함께 동작을 맞추고 있다. 국립발레단 제공 |
우아함의 상징인 발레리나들이 신작에서 천방지축으로 변신한다. ‘말괄량이…’는 셰익스피어 원작을 바탕으로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전 예술감독 존 크랑코가 안무한 희극 발레다. 남자를 때리고 물어뜯는 말괄량이 카타리나가 신사 페트루치오와 결혼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맏언니 김지영과 함께 카타리나를 연기하는 국립발레단 차세대 스타 신승원(28), 이은원(24)을 직접 만났다. ‘지젤’, ‘백조의 호수’와 딴판인 이 작품을 연습하며 이들은 “나를 놓는 기분”, “희열이 느껴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처음 안무를 받았을 때는 부끄럽고 서툴고 수줍고 누가 보고 있는 게 신경 쓰였어요.”(신승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민망하고… 저희가 그리 내성적이진 않은데.”(이은원)
이은원이 말괄량이 카타리나를 연기하고 있다. |
작품에 웃음이 넘치고 동작이 우스꽝스럽지만 춤추기가 수월한 건 아니다. 이들은 “클래식 발레는 정해진 기술 안에서 오래 해왔기에 파트너와 잠시 호흡이 안 좋아도 보는 사람은 못 느낀다”며 “이 작품은 전날 파트너와 뿌듯할 만큼 연습이 잘 돼 ‘오늘은 더 좋겠지’ 하면 오히려 연습이 안 풀리고 말짱 도루묵”이라고 신기해했다.
“이 작품의 2인무나 리프트(여성 무용수 들어올리기)는 클래식 발레와 달라요. 클래식은 남성 무용수가 뒤에서 서포트해주면 그 중심에서 춤을 추는데 ‘말괄량이’에서는 중심축에서 벗어나 추는 게 많아요. 공중에서 추는 동작도 많아서 연습하다 떨어지기도 해요.”(신)
이들이 기술적 완성도와 함께 신경 쓰는 건 심리변화다. 거친 카타리나가 남편을 만나 마음을 열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연습한다. “주먹질, 발길질을 해대니 연습 후 온몸에 근육통이 오는 작품”이지만 이들은 “전혀 가보지도 않은 새로운 걸 개척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모험 같아요. 이걸 함으로써 표현력이 한층 성숙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국립발레단 신승원(오른쪽)·이은원은 “강수진 단장님이 예술적인 면을 많이 지적한다”며 “조금 늦거나 빠르게 활동했으면 못 만날 수도 있었는데 발레하는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단장님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남제현 기자 |
“언니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봤어요. 그때부터 같이 공연했죠. 언니가 저보다 앞서 많은 경험을 했기에 가족 같은 느낌도 들고, 배우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시기질투할 상대가 안 돼요.”(이)
“은원이가 후배지만 너무 잘하고 있잖아요. 저희는 서로 위로하는 사이예요. 연습 끝나면 ‘오늘 힘들었지?’ ‘어. 내일도 잘 해보자’ 하면서요. 영화 ‘블랙스완’과는 딴판이에요. 하하.”(신)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