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을 본 관객은 김현은정 연출의 말대로 “극 중의 문은 현실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환상과의 연결고리”임을 실감하게 된다. 기자도 최근 ‘쓰루 더 도어’를 보면서 잠시나마 이런 경험을 했다. 주인공 샬럿처럼 여성도, 로맨스를 꿈꿀 나이도 아니지만 2시간 남짓 나만의 상상의 세계에서 웃으며 즐거웠다. 물론 공연이 끝난 뒤 냉험한 현실 속의 나를 확인해야 했지만….
뮤지컬 ‘쓰루 더 도어’는 환상 속 로맨스를 통해 진정한 나를 찾는 여행에 관한 작품이다. 간 프로덕션 제공 |
1막은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다.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관객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막은 재미와 웃음을 준다. 환상과 현실을 적절히 섞어 만든 스토리가 웃음을 머금게 한다. 주인공 샬럿과 카일 왕자의 러브라인은 환상 속 로맨스를 꿈꾸는 여성 관객을 매료시키기 충분하고, 레니와 샬럿이 싸우는 부분은 “바로 우리 집 얘기”여서 여성 관객의 공감을 얻는다.
스토리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다. 당초 ‘쓰루 더 도어’의 주연 배우인 레니와 카일 왕자를 동일인물로 설정했으면 어떨까 하는 가정을 해본다. 그러면 샬럿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 레니임을 깨닫고, 카일 왕자는 샬럿이 자신과 다른 존재임을 알게 돼 포기했을 것이다. 실제 이 작품의 외국 쇼케이스에서는 두 사람이 동일인물로 설정됐다는 주장도 있다. 만약 레니와 카일이 동일인물이었다면 샬럿은 카일 왕자에게서 자신이 사랑했던 레니를 찾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레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샬럿 역은 배우 오소연·최수진·유리아, 일밖에 모르는 레니 역은 최수형·정상윤·김경수가 맡는다. 환상세계의 왕자 카일 역은 전재홍·민우혁·백형훈이, 현실과 소설 세계를 이어주는 4인조로는 김호섭·김재만·오기쁨·최영민·김리가 출연한다. 6월7일까지. 1544-1555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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