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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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증거 인멸 직접 지시 포착”

檢, 측근과 통화·문자기록 등서 확인
1·2차 압수수색 당시 발견하지 못한
비자금 내역 담긴 증거물 3차서 찾아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전 빼돌려진 증거물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와 성 전 회장 비서실장인 이용기(43)씨가 증거인멸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24일 알려졌다. 지난 23일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전 상무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박 전 상무와 이씨는 성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등 혐의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한 지난달 18일을 전후해 경남기업 건물에서 수사 관련 증거물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전 상무와 이씨가 증거인멸 행위를 주도했고, 경남기업 총무 및 재무부서 소속 임직원들도 동원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검찰 소환을 예상했던 성 전 회장이 이를 지시했거나 알고도 묵인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지난 3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엿새 뒤 자살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생전에 박 전 상무, 이씨와 나눈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증거인멸 정황을 뒷받침하는 단서를 포착했으며, 최근 경남기업 직원들로부터 관련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21일 경남기업 등에 대한 3차 압수수색에서 2007∼2014년 건설현장에서 쓸 경비 명목으로 거액의 현금성 비자금이 조성돼 사용된 과정이 담긴 장부 형태의 증거물을 새로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료는 지난달 1차 압수수색 때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박 전 상무와 이씨 등이 빼돌린 증거물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의 ‘본류’인 성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제공 의혹 규명에 앞서 경남기업 측의 증거인멸 의혹 수사에 주력하는 것은 숨겨진 증거물 가운데 유력 정치인 8명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실마리가 포함됐을 가능성 때문으로 보인다. 또 결정적 진술과 물증 확보를 위해 박 전 상무와 이씨 등 성 전 회장 주변인물의 원활한 협조를 이끌어내려는 ‘압박 카드’로도 풀이된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성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여모씨를 소환해 성 전 회장이 이완구 국무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2013년 4월4일 행적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호 기자 com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