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 법무법인의 김모(44) 변호사는 최근 법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현행법상 보험금은 2년 내에 청구해야 하는데, 시한이 지난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는 사건이었다. 김 변호사는 ‘(상대방 변호사에 대해) 당신도 명색이 변호사인데 시효가 지난 것을 판사 앞에 가지고 오는 것은 너무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 변호사는 “보험금을 주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이고 불법행위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소송을 받아달라”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방 변호사의 이 같은 얘길 듣고 순간 실소가 터졌다”며 “이미 존재하지 않는 보험금을 안 줘서 불법이라는 주장은 현업 경험이 없는 법학과 학생들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요즘 변호사들이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간사한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이렇게 가능성이 없는 사건을 가지고 저런 주장을 펼치면서 어떻게 의뢰인의 돈을 받아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요새 법원의 판사들과 변호사들이 하는 말이다. 다시 말해 돈벌이를 위해 엉뚱한 사건을 맡는 이른바 ‘엉터리 변호사’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실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으로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변호사의 신분과 법률적 지식을 악용한 변호사 범죄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이완식)는 지난달 31일 사기 혐의로 이모(57) 변호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2009년 4월부터 7월까지 승소할 것처럼 속여, 피해자 A씨로부터 교통사고 인지대 명목으로 1200만원을 편취하는 등 22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2009년에도 변호사의 지위를 활용, 생소한 법적 절차를 내세워 피해자의 돈을 편취했다. 당시 이씨는 피해자로부터 수용보상금반환청구 사건을 의뢰받은 뒤 “가압류 공탁에 필요하다”면서 7300여만원을 받아 주식·선물투자 등에 사용했다. 피해자가 공탁금의 용도 등을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을 악용한 것.
더불어 임모(59) 변호사는 2010년 캄보디아에서 현지 교민으로부터 도박 자금 9000여만원을 빌렸다가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임 변호사는 당시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로펌(법무법인)’ 변호사임을 강조하며 돈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이날 임 변호사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해 9월에는 토지 투자를 미끼로 20억원을 가로챈 윤모(43) 변호사가 징역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이용해 피해를 끼쳤다”면서 중형을 선고했다.
변호사들의 잇따른 비위 행위는 변호사 업계의 불황과도 무관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국내 등록 변호사는 2006년 1만명을 넘어선 이후 로스쿨 도입을 계기로 급증, 지난해 9월 2만명을 돌파했다. 월 수입이 평균 200만원도 안 되는 변호사가 16.1%(2011년)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변호사라는 사회적 지위와 소득 수준의 불일치 속에서 일부 변호사가 범죄의 유혹에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재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은 변호사 징계 현황만 공고하고 있을 뿐, 형사처벌 전력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호사 비위 행위를 경계하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유죄를 받은 변호사들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브로커와 결탁, 수백건의 개인회생 사건을 불법 수임한 변호사와 법무사 등 일당 12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브로커는 ‘빚의 고통에서 벗어나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하는 수법으로 고객들을 끌어 모았고, 불황에 어려움을 겪던 변호사와 법무사는 거액을 주고 이 같은 정보를 사들여 사건을 수임하는 수법으로 돈벌이를 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조재연)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박모(41)씨 등 브로커와 사건을 알선받은 변호사 사무장 왕모(46)씨 등 6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모(39) 변호사와 신모(33) 법무사 등 관련자 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 브로커 8명은 콜센터를 차려놓고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이용해 개인회생 신청자를 모집하고 이들을 변호사·법무사 사무실에 알선해주는 대가로 수수료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만 있는 형태로 유통되는 불법유출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건당 0.5원씩 주고 중국인 업자들로부터 수십만건씩 사들였다.
그런 뒤 콜센터 직원 10여명을 동원해 하루에 20만∼30만건씩 무작위로 ‘개인회생신청을 돕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회신이 오면 전화로 상담을 진행하는 ‘오토콜 시스템(ACS)’으로 개인회생 희망자를 모집했다. 회신이 오면 콜센터 직원들은 변호사 사무실에서 받은 매뉴얼에 따라 법률사무실 직원인 것처럼 응대했다.
이렇게 ‘맞춤형’으로 가공된 개인회생신청 희망자의 정보는 변호사 또는 법무사 사무실로 넘어갔다. 보통 개인회생 신청 사건은 1건당 변호사는 160만∼180만원, 법무사는 120만∼140만원씩 받았으며 받은 돈 가운데 40% 정도는 수수료 명목으로 브로커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적발된 이 변호사의 경우 지난 2013년 3∼10월 이같이 알선받은 정보를 이용해 개인회생사건 417건을 수임했다. 수임료로 건당 약 160만원씩 모두 5억6000만원을 벌어들였으며, 이 중 2억3000만원을 브로커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신 법무사는 2011년 1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브로커 등을 통해 사건을 불법적으로 대리하고 7억4000만원 상당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 도입 등으로 최근 법조인 수가 급격히 늘어나 법조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다”며 “이처럼 불법·탈법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연수생들의 취업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사법연수원에 따르면 군 복무 예정자를 제외한 44기 연수생 408명 중 177명이 직장을 정해 취업률이 43.4%에 그쳤다(1월19일 기준).
이는 지난해 43기 연수생의 수료 당시 취업률 46.8%보다 3.4%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수료일 기준 연수생 취업률은 2011년 56.1%에서 2012년 40.9%로 급락한 뒤, 이듬해 46.8%를 기록하는 등 4년째 50%를 밑돌고 있다.
44기 연수생 중 법무법인 취업자는 66명이다. 공공기관과 일반기관을 택한 연수생은 각각 20명과 7명이다. 올해 연수원 수료생 전체 509명 중 여성은 209명(41.1%)으로 지난해 786명 중 286명(36.4%)보다 많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