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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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 시인의 얼굴…내면에 깃든 욕망의 실체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권성훈(45)씨가 시인들의 무의식을 분석한 ‘정신분석 시인의 얼굴’(시그마프레스)을 펴냈다. 한용운에서부터 이승하에 이르기까지 100여명의 시인들 작품을 분석해 시인의 내면에 깃든 욕망의 실체를 드러낸다.

“별이 총총한/ 맑은 새암을 들여다본다/ 저 깊은 땅속에/ 편히 누운 넋 있어/ 이 밤 그 눈 반짝이고/ 그의 겉몸 부르심 같아// 마당 앞/ 맑은 새암은 내 영혼의 얼굴”

김영랑의 시 ‘마당 앞 맑은 새암을’(1935년)에서 권씨는 “시인은 저 깊은 땅 밑에 사로잡힌 넋을 불러낸다”면서 “이렇게 해서 우물이라는 장소는 시공간을 초월한 현실적 자아와 무의식적 자아가 만나는 공간이 된다”고 분석한다.

“내가 부른 노래/ 내가 부르지 못한 노래들이/ 우르르/ 불 켜들고 내달려오는/ 나일 줄이야/ 이 찬란한 후회가 나일 줄이야”

고은의 ‘자화상’(1997년)에서는 “시인은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의 기표를 통해 진실하게 살지 못한 내면의 얼굴을 무의식적으로 노출시킨다”고 본다. 최동호 시인은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시인의 영혼은 물론 독자들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얼굴을 투시하는 새로운 통찰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추천사에 썼다. 지은이는 “이 책에 수록된 자화상들이 자신의 분열된 정체성을 무의식에서 불러모으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