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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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연예] '옹달샘' 막말파문, 왜 이 지경까지 왔나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로 구성된 개그 트리오 옹달샘이 지난해 폐지된 팟캐스트 방송 때문에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앞서 MBC '무한도전'의 여섯 번째 멤버(식스맨)로 거론되기까지 했던 장동민은 과거 방송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한 게 문제가 돼 스스로 하차했고, 이도 모자라 삼풍백화점 참사 당시 마지막 생존자로부터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피소됐다.

식스맨 자질 검증으로 시작된 막말파문은 장동민 외에 유세윤, 유상무 등 다른 옹달샘 멤버들에게까지 번졌다. 결국 세 명의 멤버들이 긴급 기자회견를 열고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온라인상에서도 이번 옹달샘 막말파문을 바라보는 의견은 분분한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를 향해 "공인으로서 인성과 자질이 부족하다"며 프로그램 하차 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또 다른 시각에서는 "왜 이제야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가"라며 용서론이 고개를 들었다. 사실, 참 아리송한 상황인 건 맞다.

현재 사건도 아니고 1년 가까이 지난 일들이, 게다가 이미 사과까지 마친 일들이 이제 와서 다시 비난을 받고 있다는 점도 의아스럽다. 공인의 잘못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언제든 다시 부메랑이 되어 자신을 향할 수 있음을 여실이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독이 든 성배를 마신 후…

장동민을 향한 세간의 관심은 증권가 찌라시(소식지) 등을 통해 불거진 '식스맨 확정설'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전까지 장동민은 이른바 독설 개그나 시원시원한 입담으로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여러 명의 식스맨 후보 중에서도 장동민이 이미 내정돼 있었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자, 네티즌들은 그의 자질을 검증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상대 후보들이 악의적으로 그의 과거를 퍼뜨리고 나섰다는 근거 없는 루머까지 나왔다.

그렇게 장동민은 독이 든 성배를 마셨고, 대중의 심판대 위에 올랐다. 그리고 옹달샘이 '막말 트리오'라는 별명을 얻으며 방송됐던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가 주 타깃이 됐다. 당시 옹달샘 세 멤버들은 지상파에서는 할 수 없는 욕 좀 시원하게 해보자는 취지로 서로 경쟁하듯 수위 높은 발언을 했고, 장동민은 여러 차례 여성 비하성 발언을 한 게 화근이 돼 스스로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다른 프로그램 하차까지 거론하는 건 '조금 심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장동민은 진행 중이던 라디오나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와 '셀프 디스' 개그를 선보일 정도로 안정을 찾아 가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마지막 생존자로 알려진 여성 A 씨가 장동민을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확대됐다. 팟캐스트 방송에서 장동민이 오줌을 먹는 이색 건강동호회 이야기를 하던 중 "삼풍백화점 무너졌을 때 21일 만에 구출된 여자도 다 오줌 먹고 살았잖아. 창시자야, 창시자"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이 고소건으로 인해 해당 방송 내용을 몰랐던 사람들까지 격분했다. 또한 "파도, 파도 나온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패륜드립' '욕드립' 등 이들의 '어록'은 보거나 듣고 있기 불쾌한 수위의 것들이 많았다. 과거이니 그냥 묻어달라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자, 장동민뿐 아니라 옹달샘 멤머 세 명이 모두 기자회견을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과를 미루지 않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 언론의 과도한 보도열기도 한 몫

기자회견 광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시선은 엇갈렸다.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묻는 이부터, '이게 대체 기자회견까지 할 일인가'라며 의아해 하는 사람까지. 무엇보다 사태가 왜 이렇게까지 커진 건지 명쾌하게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온라인상에는 언론들의 과도한 취재열기 탓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핫키워드 등이 옹달샘 관련 이슈로 채워지면서, 몇 분, 몇 초가 멀다 하고 옹달샘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결국 네티즌들은 "옹달샘을 코너로 몰아넣은 건 언론들" "사과도 반성도 했는데 이제 좀 그만해라" 등 비난의 화살을 언론에게 쏘아대기 시작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 재보선 등 정치권 이슈들도 많은데, 옹달샘 기사가 온라인을 도배하니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장동민은 삼풍백화점 생존자로부터 피소됐다는 기사를 접하고, 손으로 쓴 사과 편지를 전달하려고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가 또 다른 논란에 휘말렸다. 기자회견 당시 옹달샘 멤버들이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 하차 여부에 대해 "제작진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히면서, 또 다른 이슈(제작진의 결정)를 기다리게 만든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증권가 찌라시에서 논란, 고소, 기자회견, 하차 등 이슈들이 꼬리를 물면서 수많은 기사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옹달샘 멤버들의 주 무대가 되고 있는 JTBC 제작진은 일단 이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며 하차를 막은 상태. 앞으로도 옹달샘 멤버들을 계속해서 방송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제 그들을 지켜보는 눈 또한 많아졌다. 

아마 이 파문을 지켜본 대다수의 사람들은 옹달샘이 진정으로 뉘우치고 예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다. 풍자나 해학은 그것을 공감하며 받아들이는 관객(시청자)들이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옹달샘 트리오가 이번 일을 전화위복 삼아 건강하고 행복한 웃음을 전달하는 개그맨들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