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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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능선' 넘은 공무원연금…문제는 '잉여 재원'

입력 : 2015-05-01 22:18:42
수정 : 2015-05-02 01: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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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기구 공무원연금 잠정합의 안팎…재정 절감 목표 달성 '급급'… 구조개혁은 무산 '미봉책'
공무원연금 개혁이 ‘9부능선’을 넘었다. 개혁안의 핵심 사안이었던 기여율과 지급률, 즉 얼마를 내고 얼마를 받느냐에 대한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실무기구의 합의안이 1일 나오면서다. 막판까지 진통을 벌인 끝에 도출된 실무기구의 합의안은 재정절감이라는 당초 목표는 달성했지만 정부·여당의 최초 목표인 ‘구조개혁’(특수직 연금 전면개편)은 무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유승민(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왼쪽)가 1일 밤 국회에서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오른쪽 두번째) 등과 함께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與 ‘재정절감’ 집중으로 방향타 돌려

실무기구가 이날 마련한 합의안은 ‘내는 돈을 천천히 올리고 받는 돈은 더 천천히 줄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여당이 사활을 걸다시피했던 재정절감 목표는 달성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무기구가 합의한 개혁안에 따라 연금 적자폭을 메우기 위해 들어가는 정부 보전금은 향후 70년 동안 약 493조원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정부 보전금은 같은 기간 1238조원이다. 합의안의 절감 폭은 지난해 10월 처음 나온 새누리당안 (70년 간 461조원 절감)보다 약 32조원 더 크다. 재직공무원 기준 기여율 10%, 지급률 1.25%를 제시했던 새누리당안보다 ‘덜 내고 더 받는’ 합의안이 도출됐지만 새누리당이 ‘당근’으로 제시했던 퇴직수당 현실화안이 빠진 탓이 컸다. 기여율에서도 공무원과 정부가 넣는 돈의 비율이 1:1 매칭이 되면서 정부 부담이 줄게 됐다. 기여율에 정부의 부담률을 합친 총보험료율은 14.0%에서 18.0%로 오른다.

이번 합의안이 적용될 경우 내년에 임용되는 9급공무원이 30년동안 재직할 경우 받게될 연금은 매월 137만원(현 지급률 1.9%기준)에서 132만원(지급률 1.70%)으로 5만원가량 줄어든다. 반면 9급 공무원의 기여금은 매월 21만원에서 5년 뒤에는 매월 27만원으로 늘어난다.

정부·여당이 최초 목표로 했던 구조개혁이 무산되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여당은 당초 신규-재직 공무원을 분리해 신규 공무원에게는 국민연금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장기간에 걸쳐 구조개혁을 추진하려했다. 하지만 공무원단체의 강한 반발과 ‘공적연금 강화’를 주장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완강한 저항으로 개혁안 합의가 어려워지자 정부·여당은 결국 재정절감 쪽에 우선 집중하는 선택을 내렸다. 이는 협상안으로 신-구 합치안인 ‘김용하안’이 제시되면서 예견되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합의를 못하면 아무것도 못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무원표를 무시하지 못한 것도 여당이 방향타를 돌린 이유로 보인다.

여야 지도부의 추인을 거쳐 특위가 2일 개혁안을 의결하면 2009년 12월 공무원연금개혁을 성사시킨 뒤 약 6년만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루게 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1일 오후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 앞에서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을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제원 기자
◆野 일정성과… 실무기구 진통 거듭

4·29 재보선 패배로 수세에 몰렸던 새정치연합은 이번 협상에서 성과를 올리면서 일정 부분 회복을 했다. 실무기구는 연금 수급자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연금 지급액을 향후 5년간 동결하는 데도 합의했다. 또 연금 지급이 시작되는 연령을 2010년 이전 임용자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5년 늦췄다. 전체 공무원 평균 기준소득월액의 1.8배인 소득상한선도 1.6배로 낮추기로 했다. 이날 실무기구 합의문은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나왔다. 하루 종일 회의를 한 끝에 나온 결과였다. 실무기구는 전날 자정까지 회의를 연 뒤 이날 아침 다시 회의를 하는 등 강행군을 펼쳤다.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열린 한국노총 5.1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이날 국회의 공무원연금 개혁 막판 협상을 예의주시해온 청와대는 실무기구 합의안에 대해 “최종적인 결실을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애초 정부안보다 후퇴한 결과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도 엿보였다.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애초 생각했던 안에 현저하게 못 미치면 개혁이라고 할 수 없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후속 과제인 노동·교육·금융·공공 부분 등 4대 개혁과제의 추진 동력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이우승·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