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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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말 타인의 몸을 이식받을 수 있을까요?

 

올 4월, 우리는 세계 최초로 머리를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겠다는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교수와 그에게 머리를 맡기겠다는 러시아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기사를 접했다. 아직도 '뇌를 이식하는 거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말이 나올 만큼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다.

러시아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발레리 스피리도노프(30)는 한 살 때부터 ‘척수성근위축(pinal muscular atrophy)’ 병을 앓고 있다. 이는 척수 운동신경 세포 이상으로 근육이 약해져 점점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병이다. 척수성근위축 환자는 20살까지밖에 살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나베로에게 머리를 맡기겠다는 스피리도노프의 말은 진심이다.

지난 2013년, 카나베로는 국제신경외과학회보에 ‘사람의 머리를 다른 사람 신체에 이식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가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카나베로는 ‘head anastomosis venture(머리이식수술)’의 앞글자를 따 ‘HEAVEN(천국)’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카나베로의 수술은 자기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스피리도노프의 지푸라기 잡는 심정과 쏟아지는 비난 앞에서 실력을 입증하겠다는 그의 자신감이 맞아떨어진 결과물인 셈이다.

스피리도노프는 생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내 결정은 최종적으로 내려진 것”이라며 “(내게는) 선택권이 없고, 이 기회를 놓치면 내 운명은 불행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만큼 스피리노도프에게는 카나베로가 자신에게 천국을 선물할 구세주나 마찬가지다.

◆ 수술비와 과거 실패사례…낮아 보이기만 한 가능성

카나베로가 집도할 수술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 과거 머리이식수술 사례를 살펴보면 스피리도노프가 진짜 새로운 인생을 얻을까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가 어려워진다.

지난 1970년,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의 로버트 화이트 박사가 원숭이 머리를 다른 원숭이 몸에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그러나 원숭이의 몸은 거부반응을 일으켰고, 머리를 이식받은 원숭이는 불과 8일 만에 죽었다. 카나베로의 수술을 반대하는 이들이 ‘면역거부반응’을 가장 큰 이유로 지목할 수밖에 없다.

천문학적인 수술비도 문제다. 외신들에 따르면 스피리도노프 수술에는 약 750만파운드(약 120억원) 정도가 들어간다. 스피리도노프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도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내용이 사실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생명윤리경시’를 지적한다. 혹시라도 수술이 성공하면 ‘몸을 바꿔 타기’ 위해 머리를 일부러 떼어내는 사례가 속출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카나베로가 수술에 성공한다면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못한다.

카나베로의 수술과 관련해 세계닷컴이 직접 국내 몇몇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진에게 의견을 들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명확한 답변을 받을 수는 없었다. 아직 스피리도노프의 정확한 수술 날짜도 나오지 않았고, 앞으로도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기에 교수진이 답을 못하는 것으로 생각될 뿐이다. 스피리도노프의 수술 예정 시기는 오는 2017년이다.

◆ 게임영상에 카나베로가?…"나를 광고에 이용했다"

이런 가운데 카나베로와 스피리도노프의 만남을 유명 콘솔게임 회사가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왔다.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메탈기어솔리드5(코나미)’ 트레일러 영상에 카나베로와 비슷한 인물이 등장했다는 해외 네티즌들의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카나베로는 코나미가 과거 키프로스에서 열린 포럼에 참여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트레일러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카나베로는 한 해외 게임전문매체에 “나를 허락 없이 (영상에) 등장시킨 것과 관련해 관계자가 코나미에 보상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조팔을 주인공에게 이식시켜주는 게임 콘셉트가 자신이 스피리도노프에게 머리를 이식하는 것과 비슷한 아이디어라고 지적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영상 속 인물이 카나베로가 아닌 영국 배우 이안 무어(Ian moore)라고 반박했다. 어찌 되었든 카나베로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인물인 건 틀림없어 보인다.

◆ 의심 눈초리에 맞설 카나베로…‘가능성·절박함’ 호소 예정

카나베로가 제시한 수술은 ▲ 스피리도노프의 머리를 10~15℃ 온도에서 보관 후 ▲ 약 1시간에 걸쳐 그의 머리를 다른 신체에 이식하며 ▲ 신체 접합 후, 15분 안에 피가 흐르게 하는 순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외신이 전한 머리이식수술의 대략적인 개요다.

카나베로는 오는 6월12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서 열리는 외과 콘퍼런스에서 수술 특성을 설명할 계획이다.

카나베로가 참여할 콘퍼런스는 매년 신경외과·정형외과 교수들이 모여 개최하는 학회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교수들에게 수술 가능성, 수술이 지닌 절박함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해당 영상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