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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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사죄요구 외면한 아베, 과거 적들엔 고개숙여

美 위해 싸운 일본계 미국인 기리는
기념비·박물관 찾아 ‘화해 제스처’
재미한인단체 “과거사 논란 희석용”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기 직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고 포 브로크’ 기념비를 찾았다. 일본군에 맞서 싸운 일본계 미국인 1만6000여명을 기리는 곳이다. 주변국의 과거사 사죄 요구를 애써 외면하면서 과거 적에게는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2일(현지시간) LA타임스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일본계 미국인 밀집지역인 로스앤젤레스 리틀도쿄에 위치한 ‘고 포 브로크’ 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일본 총리가 이 기념비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어 미국을 위해 싸운 일본계 미국인들의 용기와 희생을 알리기 위해 세워진 국립일본계미국인박물관을 찾았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일본계 참전용사와 일본계 미국인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기도 했다.

일본이 하와이 진주만을 침공한 이후 미국 본토에 있던 일본인들은 온갖 고초를 겪었다. 미국 내 반일 여론이 고조되면서 서부연안 지역에 살던 일본인들이 대규모로 강제 격리됐다. 미국은 1988년과 1998년 당시 격리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했다.

아베 총리는 오찬에서 “전쟁 후 일본에 대한 미국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미한인단체들은 아베 총리의 행보는 지난달 27일 홀로코스트 박물관처럼 과거사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서는 재미동포와 대만, 태국 등 출신 아시안과 흑인, 라틴계, 일본계 미국인들이 모여 진정한 과거사 사과를 일본에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아베 총리는 7박8일의 미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3일 오후 귀국했다.

워싱턴=박희준 특파원 july1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