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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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지도부 ‘文 퇴진론’ 가세… 문재인 “모든 것 바꿔 당 쇄신”

‘재보선 책임론’ 파열음 여전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선 전패의 여진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도부의 최고위원이 4일 공개석상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반기를 드는가 하면 대표 퇴진론도 수그러들지 않아서다. 문 대표는 광주를 찾아 강도 높은 당 쇄신을 약속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파열음


재보선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인사끼리 정면 충돌하며 갈등을 그대로 노출했다. 문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이번 패배를 쓴 약으로 삼겠다”며 사람·제도·정책·당운영 등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비노(비노무현)인 주승용 최고위원은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원인으로) 지적하는 분들이 많다. 친노에 대한 피로감이 만연해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문 대표가)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국민 앞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당에 ‘친노’란 없다고 하는데 과연 친노가 없느냐. 문 대표는 당대표가 되면 친노에 불이익을 주겠다더니 취임 후 친노가 불이익을 받았느냐”, “경쟁력 떨어지는 후보들을 내세워 야권 분열의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주 최고위원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문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반면 다른 최고위원들은 주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추미애 최고위원은 “자괴감이 느껴진다. 개인 인터뷰가 아닌 이상 공개적 자리에서 이렇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너무 과한 평가를 하는 것 자체도 우습다”고 반박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트위터 글에서 “주 최고위원은 광주(선거의) 책임자 아니었느냐. 뭐 뀌고 성내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신당론도 나왔다. 원로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통화에서 “내가 문 대표라면 그만두겠다”고 대표 퇴진론을 거듭 주장한 뒤 “새정치연합이 맨날 개혁한다고 하는데, 총선이나 대선에 희망이 없다고 보이면 큰 개혁이 필요하고 그 한 방법으로 신당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주 찾아 고개 숙인 문 대표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재보선 이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그는 광주 서구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을 돌며 “제가 부족했던 탓이다. 누구 탓을 하겠느냐. 회초리를 맞는 심정으로 왔다”고 한껏 자세를 낮췄다. 이어 “당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저부터 앞장서겠다”며 “새 인물을 영입하고 유능한 경제정당, 책임 있는 안보정당으로 흔들림없이 나아가겠다”고 쇄신을 다짐했다. 특히 “친노니, 비노니 이런 소리 나오지 않게끔 하겠다”고 말했다.

사과 표시도 계속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자기 자식을 더 호되게 혼내는 그런 심정으로 따가운 질책을 주셨다”며 “지역분할 구도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광주 시민들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고 호남 지지에 안주했다”고 ‘반성문’을 썼다. 그러면서 “전화위복으로 삼아 총선에서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 더 크게 통합해 대선에서 이기는 당이 되겠다”고 했다.

광주지역 인사 20여명은 이날 문 대표의 도착에 맞춰 광주공항에서 ‘더 이상 호남 민심을 우롱하지 말라’, ‘호남을 우습게 보지 말라’ 등의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문 대표는 VIP 통로를 통해 공항을 빠져 나가 이들과 마주치지 않았다.

김용출·홍주형 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