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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출해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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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부업체가 인수한 저축은행들을 포함한 20개 저축은행이 비교적 높은 신용등급의 고객에게도 연 30%대 금리를 일괄 적용하는 등 고금리 대출영업을 무차별적으로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들 가운데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대학생들에게 소득이나 자금 사용처를 제대로 묻지도 않은 채 고리 대출한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요. 간판은 저축은행이지만 사실상 대부업체와 다름없는 이자 장사를 해온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높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층이 많다는 점을 악용, 고객 신용도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고금리를 적용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금융감독원이 3개월에 한 번씩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 등을 정기 점검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저신용 서민들이 ‘묻지마 고금리’에 고통받는 실태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연 1%대 기준금리 시대 개막에도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서민들은 20∼30%의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부금융협회 공시 자료(4월2일 기준)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상위 20개 대부업체 중 올해 1월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법정최고 이자율(연 34.9%)인 업체는 14곳에 달했다. 나머지 6곳도 최고금리는 34.8%(5곳)·34.7%(1곳)로 큰 차이가 없었다. 최저금리라 해도 24%가 가장 낮았다. 최저금리가 34.9%인 곳도 8곳이나 됐다.

즉, 법정 최고 이자보다 낮은 이자로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대부업체 금리는 지난해 8월과 10월 기준금리가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됐지만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10∼12월 대출 최고금리도 34.9%가 대부분이었다.

금감원 조사 결과 대부업을 이용한 서민들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255만5000여명에 달했다. 77.8%가 신용등급 7∼10등급인 저신용자들이었다. 대부 잔액은 10조9000억원에 이른다.

빌린 돈의 절반 이상이 생활비로 쓰였고, 다른 금융사에서 빌린 돈을 갚기 위한 대출도 상당수였다. 생활이 어려워서 혹은 지급 불능에 이르기 직전의 막다른 골목에서, 고금리를 불사하고 돈을 빌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대부업체에서조차 대출받지 못한 사람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홍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법 사금융 시장 규모가 지난해 최대 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법정 최고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 34.9%는 올해 말까지 적용된다.

이처럼 연 30%가 넘는 대출이자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정부가 대부업 광고시간 제한 및 관리감독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대부업계는 대부업체의 잇따른 폐쇄로 결국 돈 빌릴 곳 없는 서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한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대부업법)은 대부업체가 평일 오전 7∼9시, 오후 1∼10시, 주말·공휴일은 오전 7∼10시 TV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현재는 대부업 광고시간에 대한 규제가 없어 하루에만 38개 주요 케이블채널에서 평균 1500건의 대부업 광고가 방영되고 있다.

아울러 대부업법은 자산규모 100억원 이상 또는 2개 이상 시도에 영업점을 설치한 대형 대부업체의 관할을 지방자치단체에서 금융위로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금융당국이 직접 대부업체에 대한 검사, 제재 업무를 맡아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과도하게 빚 독촉을 하는 대부업체의 불법 채권추심을 ‘5대 금융악’으로 선정하고, 지난 2013년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만든 후 처음으로 신용정보회사와 대부업체·여신전문금융회사 35곳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대부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부금융업계 관계자는 “광고시간 규제는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직업수행의 자유·알권리·평등권 침해 등 위헌소지가 상당하다는 것이 대형 법무법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면서 “최종 법안을 보고 법률적 대응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회와 금융당국이 대부업체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것은 저금리 기조 속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 행진을 이어가는데도 대부 금리는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전국 지자체에 등록된 8794개 대부업체를 조사한 결과, 평균 대출금리가 30.8%에 달했다. 특히 상당수 업체가 법정 최고금리인 34.9%를 적용하고 있는 데다, 신용등급이나 거래실적과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R사 1곳만 지난해부터 신용등급 등에 따라 14.9∼29.9%의 금리를 차등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업체들은 “원가금리가 30.65%에 달해 현행 최고이자율(34.9%)로 대출을 하더라도 최대 마진율이 4.25%포인트에 불과하다”면서 “최고이자율 인하는 대부업체의 심사 강화로 이어져 서민이 대출받기 어렵고, 영세 대부업자의 폐업 및 음성화를 촉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66%였던 최고이자율이 4차례에 걸쳐 인하되면서 2007년 1만8000개에 달했던 대부업체 중 중소업체 9000여개가 폐업했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자산 100억원대 대형 대부업체는 2010년 100개에서 지난해 중순 160개로 늘었고, 대부잔액도 같은 기간 7조5655억원에서 10조8959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부업의 이자율 상한을 연 25%로 제한하자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의원들 간 입장 차이가 커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현재 법정 최고이자율을 34.9%로 제한하는 대부업법의 일몰 기한이 올해 말로 끝나는 만큼 이 법을 재연장하면서 이자율을 낮추거나, 전 의원 법안으로 대체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우선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법정 최고금리를 일괄 적용하고 있는 대부업체들의 부과체계부터 손본 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금리 인하 방안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 10명 가운데 4명은 기준금리 인하가 자신에게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21∼23일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3%가 지난 3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2012년 7월부터 최근까지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인하했으며,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1.75%로 낮췄다.

유리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4%, 불리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3%를 차지했다. 모른다고 하거나 응답을 거절한 사람도 8% 있었다. 금리 인하가 유리하다고 답한 이유는 ▲대출이자 부담감소(67%) ▲서민부담 감소(16%) ▲경기호전·경제활성화(6%) 등을 꼽았다. 불리하다고 답한 이유는 ▲예·적금 이자 하락(49%) ▲서민보다 부자에게 유리(14%) ▲이자 생활자 어려움(10%) 등이었다.

성인 절반 이상이 금리인하의 유·불리를 판단하지 않는 이유는 금리인하가 현재 금융 자산 거래를 하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생활 수준별로는 유·불리 응답에 차이가 없었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이번 금리 인하가 저소득층이나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