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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도 하모니도 복고…"1950∼60년대로 음악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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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조 인디 걸그룹 ‘바버렛츠’
늘씬한 각선미, 인형 같은 외모, 섹시한 칼군무 없이 걸그룹을 논할 수 있을까. 세 가지 가운데 어느 것도 내세우지 않고 걸그룹이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음악과 무대에서 1950∼1960년대를 그대로 재현해내는 3인조 레트로팝 인디 걸그룹 바버렛츠다.

인디 그룹이라지만 이들의 행보는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정식 데뷔해 여전히 신인 딱지를 달고 있으면서도 지난 3월 세계 3대 음악축제인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뮤직페스티발에 참가해 에픽하이와 크레용팝을 제치고 K-팝 가수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안신애(29), 김은혜(28), 박소희(24)로 구성된 신(新) 한류스타 바버렛츠를 최근 여의도 KBS에서 만났다.

인디 걸그룹 바버렛츠는 인간과 기계의 조화로 최고의 음악이 만들어진 1950∼1960년대 음악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박소희, 김은혜, 안신애.
에그플랜트 제공
바버렛츠가 KBS 라디오 ‘사랑하기 좋은날 이금희입니다’에 고정 출연하는 수요일이었다. 이들은 빨강, 파랑의 원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에 ‘뽕’을 넣어 한껏 힘을 주고 나타났다. 바버렛츠가 풋풋하고 상큼한 요즘 아이돌 걸그룹과 함께 ‘걸그룹’으로 분류되는 데 의문을 제기했다. 김은혜는 “원래 걸그룹이라는 말은 ‘여성들로 이뤄져 화음으로 노래하는 그룹’이라는 뜻으로 1950년대 이전에 생긴 말”이라고 되받았다. 로네츠와 앤드류스 시스터즈, 최초의 한류가수였던 김시스터즈 등 1950∼1960년대 미국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여성 그룹들이 걸그룹의 원조이며, 바버렛츠가 원조에 더 가까운 걸그룹이라는 설명이다.

바버렛츠는 지난해 5월 말 ‘바버렛츠 소곡집 #1’을 발표하며 정식 데뷔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이미 스타였다. 바버샵 스타일(1920년대 미국 이발소에서 일하던 남성들이 화음을 맞춰 노래하던 것에서 유래한 장르)의 화음이 주를 이루는 1950∼1960년대 음악을 그 시절 모습으로 꾸미고 노래해 동영상으로 제작해 올렸다. 반응이 좋았다. 1963년 발표된 로네츠의 ‘비 마이 베이비’(be my baby)를 부른 영상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냥 삼각대 놓고 저희끼리 찍어 올린 거예요. 가내수공업이죠. 이렇게 유명해질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그냥’이라기엔 이들의 뮤직비디오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레트로 스타일의 촌스러움을 부각시킨다. ‘웃기려고 찍은 동영상인가’란 생각이 들때 반전이 찾아온다. 바로 이들의 노래다. 요즘 음악과 달리 다양한 전자음과 소름돋는 고음이 없다. 대신 편안한 화음으로 듣는 이의 귀는 물론 마음까지 편안하게 한다. 진짜 그 시절 노래다.

바버렛츠의 리더 안신애가 말한다.

“요즘엔 음악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기술적 요소가 너무 많아졌어요. 악기를 연주하지 못해도 컴퓨터만 잘하면 음악을 할 수가 있고, 노래를 못해도 컴퓨터로 조금 만지면 돼요. 악기나 기계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이 표현할 수 있는 음악도 풍부해졌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게 사람의 음악적 능력을 넘어 음악의 주를 이루게 된 거죠. 저는 기계와 사람이 조화를 가장 잘 이뤄서 최고의 음악을 만들었던 때가 1950∼1960년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때 음악을 하고 싶어요.”

진심이 통했을까. 화려한 기계음에 익숙해진 음악팬들은 꾸밈 없는 바버렛츠의 노래가 오히려 신선하다고 말한다.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데뷔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일본 도쿄 국제 뮤직 마켓, 캐나다 단독공연, SXSW, 홍콩 아시안 팝 뮤직 페스티벌까지 성공적으로 치렀다. 특히 SXSW에서 현지인들은 1950∼1960년대 커버곡들뿐 아니라 바버렛츠의 노래 ‘가시내들’과 ‘쿠커리츄’ 등에도 열광했다. 김은혜는 “걸그룹의 본고장에서도 이제는 하지 않는 음악을 동양의 젊은 여성들이 하고 있다는 걸 신기하고 재미있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버렛츠는 2012년 12월 결성됐다. 데뷔하려는 목적은 아니었다. 고교 1학년 때부터 음악을 해온 안신애가 1954년 노래인 코데츠의 ‘미스터 샌드맨’(Mr. Sandman)을 불러보고 싶어 나머지 멤버들을 모집했다. 김은혜는 안신애의 대학 동기와 같은 재즈 밴드에 있던 보컬이었고, 박소희는 안신애가 실용음악학원에서 가르친 학생이었다. 동호회처럼 모여 노래하던 것이 어느새 본격적으로 음반을 내고 해외 진출까지 하는 일로 커졌다.

첫 음반에 실린 9곡 중 6곡은 안신애가 작사·작곡했다. 그는 2010년 보아의 6집 앨범에 작사자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작사·작곡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가수 정재원의 데뷔 앨범에 실린 ‘더 도어’(the door)도 그의 작품이다.

박소희는 아직이다. “학생이라 교수님께 과제로 제출한 것 말고는 작품으로 나온 곡이 없어요. 바버렛츠 2집 음반에 제가 만든 첫 곡이 실릴지도 모르겠네요.”

올해 안에 2집을 내는 게 목표지만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방송·라디오 출연에 컬래버레이션 작업 제안도 다양하게 들어와 바쁜 나날을 보낸다. 오는 6월에는 세계 3대 음악축제 중 하나인 프랑스 칸 미뎀을 통해 첫 유럽 공연에도 나선다. “음악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하고 축복된 것인지 실감하고 있다”는 바버렛츠. 어떤 욕심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주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히트곡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희가 노래로 기억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 히트곡은 노래만 좋다고 만들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운도 따라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착하게 살기로 했어요. 착하게 살아서 하늘이 저희를 도우면 히트곡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