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각종 위기의 유형과 종합적인 파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북한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북한 내부의 군사적·정치적 상황의 실시간 점검, 주변국의 대응전략과 각국의 동향 분석, 한·미 간의 긴밀한 조율, 그리고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요 주변국과의 협력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한 영국·프랑스와 같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유엔외교를 활성화하며 전례없는 전방위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이에 청와대를 비롯한 유관부처 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성공적인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 |
급변사태와 같은 심각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보·첩보·유언비어 등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정보의 사각지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북한과 같이 극심하게 폐쇄된 나라의 경우 더욱 그렇다. 정보의 질과 내용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는 대내외 정보교류 체제가 필수적이다. 분명한 사실은 경직된 조직문화일수록 왜곡되거나 정치화된 정보를 판가름할 수 있는 자체적인 능력을 상실한다.
둘째는 대외정보 획득과 분석 시스템을 사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외형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대외정보 수집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유사시에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EU) 등 주요 나라와의 긴밀한 정보교류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가장 필요한 정보는 그동안 구축해온 인맥과 교류의 깊이에 달려 있지 직책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심각한 위기 상황 속에서 필요한 필수적인 정보는 핵심적인 국가의 상대방들과 얼마 만큼의 긴밀한 인적관계를 유지해왔느냐에 달려있다.
국가안보보좌관직을 두 번이나 역임한 브렌트 스코크로프트의 ‘성공적인 위기관리 비결’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러시아, 사우디 등의 국가안보보좌관 혹은 그에 상응하는 위치에 있는 담당자와 쌓아온 신뢰와 정보 교류의 습관이었다고 본인이 누차 얘기한 바 있다. 진정한 위기관리능력은 평상시에 쌓아온 능력과 대외정보 네트워크, 그리고 무엇보다도 보다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정보 유통·공유 시스템에 달려있다. 지금부터라도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종합적인 검증과 평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