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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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녹여낸 '수십년'…배우자 미래를 본다면

“하나, 둘, 셋. 손을 치워보세요”

진행자의 말에 손을 치운 두 남녀는 서로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내 앞에 앉은 사람이 수십 년 뒤 이렇게 보일 수 있다니. 시간이 멈춘 듯 말하지 못하던 두 사람은 눈물 젖은 웃음과 함께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최근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 한 편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메이크업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하루 만에 수십년의 미래를 미리 본 커플의 모습을 담은 ‘100년의 미’라는 영상이 많은 네티즌들의 마음을 울린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중에 어떻게 늙을지 본다는 건, 작은 재미는 물론 코끝이 찡해지는 기묘한 감정을 동반한다.

결혼을 앞두고 배우자의 미래가 어떤지 본다면 여러 생각이 스칠 것이 분명하다. 함께 지내온 세월이 배우자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안다면, 말로 표현 못할 감정이 스멀스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출신 크리스티와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출신 태비스는 조만간 결혼을 앞두고 있다. 8년간 교제한 두 사람. 이들은 메이크업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하루 만에 수십 년에 걸친 미래를 미리 볼 수 있었다.

“나중에 태어날 우리 아이들에게 영상을 보여줄 거라 생각하니 정말 흥분돼요” 시간여행을 앞둔 크리스티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는 태비스가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자신은 어떻게 나이를 먹어갈지 무척 궁금해했다.

◆ 시간은 흐르고…50대로 변한 두 사람


태비스 “이럴 수가, 당신이 정말 이렇게 늙었으면 좋겠어, 환상적이야!”

크리스티 “그래, 언젠가 나도 우리 엄마를 닮게 되겠구나”

태비스 “난 선크림을 좀 발라야겠어. 햇빛 때문에 내 피부가 이렇게 되면 안 될 테니”

이때 진행자가 두 사람에게 “50대의 평범한 삶은 무엇일까요?”라며 질문을 던졌다.

크리스티 “아마 10대인 자식 둘 정도가 있겠죠?”

태비스 “우리는 ‘PTA(Parent-Teacher Association·학교 내 학부모 모임)’에 가입했을지도 몰라요”

◆ 또다시 흐른 시간…70대로 변한 두 사람


신호에 맞춰 손을 치운 두 사람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불과 몇 분 전까지 20대였던 사람이 50대로 변하고, 2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은 미래를 맞이했다고 생각하니 여러 감정이 스치는 듯했다.

태비스 “70대에도 당신이 이렇게 예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워!”

크리스티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늙었어. 난 점점 할머니를 닮아가는 것 같아”

태비스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게 되다니”

크리스티 “당신은 이 나이가 되면 머리카락을 좀 관리해야 할 것 같아”

진행자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는 “왜 이렇게 감정적인 모습이 되셨죠?”다.

크리스티 “글쎄요, 모르겠어요”

태비스 “잘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의 얼굴에는 지난 50년이 묻어있어요. 크리스티를 보니 많은 생각이 스치네요. 우리 사이에는 분명 많은 일이 있었겠죠”

크리스티 “우리는 자식도 있고, 손주도 있고, 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태비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추억을 조금씩 잊어가겠죠”

◆ 시간은 또 흐르고…90대가 된 두 사람


태비스 “안녕? 당신은 이제 75살에서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아”

크리스티 “내가 이렇게 변할 거리니 좀처럼 믿을 수가 없어. 그래도 꽤 예쁜데?”

서로 얼굴을 보며 말을 잇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번에는 다소 짓궂은 질문이 던져졌다. 바로 “성생활이 가능하실 거라 생각하세요?”다.

크리스티 “글쎄요, 아마 금방 지쳐버릴 거예요”

태비스 “저라면 시도는 해볼 것 같은데요?”

크리스티 “맞아, 이 사람이라면 그럴 것 같아요”

진행자는 이어 “인생의 마지막 날 어떤 말을 하실 건가요”라고 물었다.

크리스티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해줄 거에요. 당신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이었는지를요”

태비스 “크리스티는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줬어요. 당신 없이 내가 할 수 없는 게 얼마나 많았는지, 그리고 당신 없이 나도 없었다는 걸 말해줄 거에요”

한편 이 영상은 18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조회수 490만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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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유튜브 영상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