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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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 특사 불가론' 3일 만에 번복 왜?… 문재인도 조사 받나

檢, 成 관련 의혹 규명 속도
2005년 특사 후 2년 뒤 또 포함
기소된 4명 중 成만 상고 포기
그후 한달 만에 특사 대상 올라
법무부 반대 속 靑이 강행한 듯
당시 법무장관 "실무자 곤란겪어"
文불러 사실관계 확인할 지 관심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노무현정부 시절 단행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과 경남기업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특혜 의혹을 수사하고 나섰다. 특히 사면 문제와 관련해 검찰은 사법처리와 무관하게 진상규명 차원에서라도 사실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표, 특사 의혹 관련 검찰 조사받을까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18일 법무부에서 2008년 1월1일자로 단행된 특사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31일 임기 중 마지막 특사를 단행했는데, 2005년 행담도 사건으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성 전 회장이 포함됐다. 성 전 회장은 2005년 5월에도 특사를 받아 노무현정부에서만 두 차례 특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행담도 사건으로 2007년 11월23일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직후 상고를 포기한 경위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함께 기소된 4명 가운데 성 전 회장만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고, 그로부터 꼭 1개월 만에 특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

검찰이 법무부에 요청한 자료는 사면 대상자 선정을 위한 조사 결과, 사면 업무를 놓고 청와대와 주고받은 서면, 특사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되기 전까지 법무부가 내부적으로 작성한 보고서 등이다. 하지만 대외비로 이뤄지는 특사 업무의 성격상 유의미한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는 2007년 12월28일까지만 해도 우세했던 성 전 회장 특사 ‘불가론’이 불과 3일 만에 뒤집힌 경위를 파악하는 데 모아질 전망이다. 검찰은 법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실세’가 성 전 회장 특사를 밑어붙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진 당시 법무부 장관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막판에 (성 전 회장을) 특사 명단에 집어넣는 바람에 법무부 실무자들이 곤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당시 각각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으로 특사 실무를 주도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전해철 의원이 검찰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문 대표는 앞서 성 전 회장 특사 의혹이 불거지자 “참여정부 때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해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폭로한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인사들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18일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 현관 유리문에 검찰 로고가 선명하다.
이재문 기자
◆국회 정무위의 금융권 ‘갑질’ 의혹 수사 본격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가 이날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성 전 회장과 같은 충청권 출신 인사다. 그는 성 전 회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으로 활동하던 2012∼2013년 국회 의원회관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며 성 전 회장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자금난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경남기업에 대한 ‘선처’를 당부했고, 당시 금감원 기업금융구조개선국장으로 재직하던 김 전 부원장보가 이를 금감원 고위층과 경남기업 채권단 은행들에 전달했다.

성 전 회장의 집요한 로비가 주효했는지 경남기업은 워크아웃 과정에서 큰 혜택을 봤다. 통상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기업 대주주에게는 무상감자 등 일정한 제재가 부과되는데, 경남기업은 대주주의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이라는 엄청난 특혜를 누렸다. 당시 대주주였던 성 전 회장은 이 조치로 158억원 상당의 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금감원을 피감기관으로 거느린 국회 정무위 의원이란 지위를 십분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단 은행들끼리 협의하기도 전에 금감원이 먼저 관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경남기업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막강한 ‘갑’인 국회 정무위 앞에 ‘을’일 수밖에 없는 금감원이 경남기업 채권단 은행들한테 “경남기업을 잘 좀 봐달라”는 부당한 요구를 했고, 신한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경남기업에 특혜를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앞서 소환조사한 은행 임원들로부터 “금감원의 요청이 지나치다고 생각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금감원에 외압을 행사하는 과정에 국회 정무위의 다른 동료 의원들이 개입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훈·조성호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