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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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황교안 카드'에 담긴 뜻은

믿고 맡길 ‘검증된 해결사’로… 국정위기 정면돌파 의지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3월11일 오전 청와대에서 황교안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준 뒤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검사 출신 현직 법무장관을 새 총리 후보로 발탁한 것은 공무원연금과 공공·금융 등 4대 분야 구조개혁은 물론 정치·사회개혁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김성우 홍보수석은 “경제 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개혁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황교안 총리 후보자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집권 3년차인 올해 정부가 추진 중인 핵심 국정 과제를 견인할 수 있는 적임자로 황 후보자가 뽑혔다는 의미다.

황 후보자 낙점은 이완구 전 총리의 낙마를 불러온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도 맞물린다. 박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강도 높은 사정 드라이브를 걸며 국정 쇄신을 추진해왔으나 뜻하지 않은 성완종 파문으로 현직 총리가 사퇴하는 등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국면 전환을 위한 해법으로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걸친 적폐와 부정부패 척결을 전면에 내세웠다. 박 대통령은 이 일을 황 후보자에게 맡긴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친박(친박근혜) 정치인을 넘어 과거 정부 비리를 밝혀내고 보완장치까지 마련하겠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 후보자는 2013년 법무장관 기용 때부터 야당의 타깃이 돼온 인물이다. 그런 만큼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황교안 카드’를 밀어붙인 것은 주도권을 쥐고 상황을 정면돌파하는 승부사 기질이 발휘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황 후보자는 현 정부 초대 내각 멤버로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다. 법무장관 재임 시 국가기관 대선 불법개입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논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등 굵직한 현안을 큰 잡음 없이 처리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에겐 국정 안정성을 기하면서 중대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검증된 해결사’로 비칠 법하다.

황 후보자가 법무장관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것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박 대통령은 안대희,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중도하차하면서 위기에 몰린 바 있다. 특히 이번 인선 과정에서는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 중 현직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고 귀국 후 와병 중에 사표를 수리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따라서 새 총리 후보자가 탈이 난다면 박 대통령으로선 국정운영의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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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으면 노무현정부 시절 한덕수 총리(취임 당시 58세)이후 8년 만의 50대 젊은 총리가 된다.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깜짝 발탁인 셈이다. 40대 우병우 민정수석 기용, 홍용표 통일비서관의 통일장관 임명에 이은 이번 인사로 스타일 변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대통령은 ‘수첩인사’ 등으로 비판 받았던 폐쇄적 스타일을 벗어나고자 고민을 거듭했지만, 검증 과정에서 하자가 발견되거나 당사자가 고사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구인난’ 속에 인선 마지노선이라 할 수 있는 이번 주가 다가오자 결국 후보군이 비교적 ‘안전한’ 법조인 출신 현직 관료나 정치인으로 좁혀졌고 이 때문에 전날이나 이날 오전까지 황 후보자, 황찬현 감사원장, 황우여 사회부총리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