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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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기용 의심 정황… 경기만 보고 단정 어려워

전창진 승부조작 의혹 2월 SK·KGC戰 어땠길래
전창진(52·사진)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의 승부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지난 2월과 3월 부산 케이티 경기가 주목되고 있다. 전 감독이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케이티 경기에 베팅했는데 큰 점수 차로 지는 쪽에 돈을 걸었다고 경찰은 의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감독이 당시 경기에서 후보 선수들을 주로 투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경찰은 수사 중이다.

케이티는 지난 2, 3월 13경기에서 4승 9패를 기록했다. 이 중 10점차 이상 진 경기는 14일 부산에서 열린 KGC전과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전이다.

특히 SK와의 경기가 승부조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목된다. 이 경기에서 SK는 케이티를 잡고 시즌 막판 5연패의 늪에 탈출했다. 케이티는 전반을 23-34로 끌려갔고, 후반에도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결국 60-75로 무너졌다.

하지만 케이티는 SK에 지난 시즌 여섯 번 만나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이날 경기를 빼도 평균 10.6점 차로 뒤지며 승부가 갈렸다. 3점 차로 진 한 번을 제외한 다섯 경기에서 모두 10점 차 이상 패배를 당했다. 이 때문에 15점 차 패배가 비정상적인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선수 기용에서 의심스러운 정황은 있다. 에이스 조성민이 10분만 뛰고 무득점했다. 조성민은 지난 시즌 평균 25분 15초를 뛰었는데 이날 경기는 이에 크게 못 미쳤다. 주전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도 당시 11분 57초만 뛰면서 평균(26분 16초)보다 훨씬 적은 시간 출전했다. 가까스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던 케이티가 주전들을 뺀 것 자체만 보면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시즌 무릎 부상으로 고전한 조성민은 이후 세 경기에서도 14분49초, 14분18초, 3분27초 등 10분 안팎의 시간만 기용됐다. 로드 역시 발목 부상으로 앞선 두 경기를 나서지 못했다.

또 다른 의심 경기로 거론되는 2월 14일 KGC전에서도 케이티는 63-75로 졌다. 그러나 이때도 발목 부상으로 로드가 결장한 것 이외에는 특이한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주전의 기용 시간이 적거나 특정 쿼터에서 갑자기 무너졌다고 해서 승부조작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농구계 설명이다. 결국 차명계좌 등을 추적하는 경찰 수사가 끝나야 사실관계가 드러날 전망이다.

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