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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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찾아주면 50점'…中 '도덕 은행' 열풍

 


착한 일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점수를 부여하는 ‘도덕 은행’이 중국 현지에서 호응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회원은 일정 수준 이상 점수를 모으면 실생활에 이를 적용, 각종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영국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 지린(吉林) 성 옌볜조선족자치주(延边朝鲜族自治州) 옌지(延吉)에 최근 ‘도덕 은행’이 생겨났다. ‘도덕 은행’은 가입자가 착한 행동을 했을 경우, 어떤 일을 했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점수를 부여하는 곳이다.

만약 당신이 길에 떨어진 지갑을 주워 주인을 찾아준다면 50점을 받으며, 좀 더 희생이 필요한 행동을 했을 때는 더 높은 점수를 얻는다. 은행은 위험한 상황에 처한 누군가를 도운 가입자에게 그 난이도에 따라 300~500점을 준다. 조혈줄기세포를 기증하면 1000점을 받을 수 있다.

150점 이상 점수를 모은 사람은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카락을 무료로 자를 수 있다. 점수가 더 많이 쌓였다면 집 청소 서비스나 건강검진을 공짜로 받을 수도 있다. 6000점 이상 점수를 모은 사람은 ‘지역사회의 모범인’으로 선정된다.


이미 중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도덕 은행’이 설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옌지의 은행은 세워진 지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가입자가 600명을 넘길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가입을 원하는 어린이들이 줄을 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도덕 은행’을 모두가 긍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일각에서는 공짜로 뭔가를 얻기 위해 착한 행동을 하는 조건 자체가, ‘도덕의 물질화’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같은 반 친구와 집 마당을 청소했다는 한 소년은 “우리도 착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쁘다”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물론 이 소년도 은행에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청소과정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옌지TV 영상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