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어제 정식 서명됐다. 양국이 협상을 시작한 지 꼭 3년 만이다. 앞으로 국회의 비준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연내 발효가 가능하다.
한·중 FTA는 개방률이 89%로 여느 FTA보다 수위가 낮다. 농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양국이 민감 품목을 제외한 탓이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만큼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훨씬 더 크다. 우선 세계 최대인 13억 소비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양국 간 수출과 투자가 크게 늘게 된다. 국내 일자리와 경제성장에 청신호가 켜진다. 경제 외에 문화·관광 교류 활성화,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긍정 영향을 미치는 효과도 작지 않다.
FTA는 새로운 통상고속도로를 뚫는 것에 비유된다. 그런 만큼 중국과의 FTA는 가장 넓은 고속도로를 새로 확보하는 일이나 진배없다. 그러나 FTA는 서명만 했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뻥 뚫린 고속도로에 어느 나라의 차가 많이 다니느냐는 각국의 노력에 달렸다. 아무 준비 없이 FTA를 맞는다면 되레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우려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어제 씨티그룹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는 2012년 1.9년에서 지난해 1.4년으로 바짝 좁혀졌다. 자칫 우리 경제가 ‘추격하는 중국’과 ‘앞서 가는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런 현상은 이들 국가와의 수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중국과는 작년 동기보다 3.3%, 일본과는 13.2%나 각각 감소했다.
FTA가 우리 산업의 축복으로 만들려면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중소 제조업체와 같은 취약 업종이 ‘중국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도록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피해가 우려되는 농축산 분야도 대응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호기로 바꿀 수 있다. 중국의 부유층을 겨냥해 친환경·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해 공략한다면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이 블루오션이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일부 농민단체나 야당의 ‘중국 공포’ 주장에 이끌려 머리띠를 둘러서는 안 된다. 중국과의 협정이 과거 한·미 FTA의 전철을 밟는다면 국가적 비극이다. 미국과의 협정은 협상 타결부터 국회 비준까지 5년이나 걸렸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소모적 논쟁이 아니다. 중국시장을 활용하는 ‘용중(用中)의 길’을 찾는 생산적 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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