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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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中과 함께 日 등재추진에 선제적 대응해야"

최재헌 이코모스-코리아 사무총장
최재헌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코리아(Korea)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일본의 조선인 강제노동(징용) 시설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대응과 관련, “(일본이 문화유산으로 선전하지만 식민지·침략의 역사와 관련된) 이런 산업 유산들은 또 나온다”며 “앞으로 중국과 함께 난징(南京)대학살터 등 (일제 만행에 따른) 부(負)의 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차례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된 현지 실사에 참여했던 그는 지난해 우리나라 최초로 건국대학교 대학원에 세계유산학과를 신설해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재헌 이코모스-코리아 사무총장은 1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세계문화유산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면 이코모스 실사 절차 등에 한국인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원 기자
―일본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일본은 탈아(脫亞)를 내걸고 전 세계적인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으나 (그럴 만한) 군사력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 그래서 일찍부터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려고 한다. 특히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메이지(明治)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만들어 메이지 유신의 정신을 후대에 알리려는 꿈이 있다.”

―이코모스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

“일본은 이코모스 국제회의를 개최하려고 상당한 노력을 한다. (이번 메이지 산업혁명유산이 세계유산 등재권고를 최종 결정한) 패널 25명 대부분을 자국으로 불렀다. 현재 일본인 출신 이코모스 부회장을 배출하기 위해 지난해 선거가 있기 6년 전부터 작업을 했다. 지난해 10월 ‘나라(奈良)플러스20’이라는 국제회의에 이코모스 세계위원 700여명을 불러들였는데, 11월 선거에서 당선될 때 일본은 700여명의 지지를 얻었다.”

―한·일의 영향력을 비교하면.


“이코모스 회원은 9500명인데 한국은 정회원이 100명이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회원 수가 3배 이상이다. 이코모스는 그동안 선거 등 의사 결정 때 가능하면 나라별로 동일한 18표를 배정했다. 그런데 일본은 최근 이를 회원수에 비례해 투표권을 주는 방식으로 바꾸려 한다.”

―우리가 세계문화유산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면.

“이코모스 실사 절차 등에 한국인이 들어가야 한다. 영어가 자유롭고 학제(學際)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 일본은 실사 등을 담당하는 28개 국제과학위원회(ISC)에 평균 3명씩 자국인을 넣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 한국은 올해 제주도에서 열리는 ISC 행사의 예산마저 20% 줄였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