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시동 건 무인자동차…도로 위 안전주행은 "글쎄"

자율주행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차량 스스로 주행 환경을 인식해 목표지점까지 운행하는 자율주행차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2020년쯤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힌 직후 교통신호를 인식해 반응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시연했다.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시험운행하도록 허용한 미국·일본·영국 등과 달리 우리는 아직 시험운행 허가요건조차 없다는 게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이고, 운전자 보조 없이 운행하는 차량을 받아들일 준비는 된 것일까.

현대자동차 직원이 지난 3월 말 인천시 송도 도심서킷에서 열린 서울모터쇼 프리뷰 행사에서 신형 제네시스에 탑재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보편화하는 자율주행 기술들

현재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은 벤츠와 닛산, 아우디, 구글 등이다. 벤츠와 닛산, 아우디 등은 돌발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레벨3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 기술을 일부 확보했다. 벤츠는 2013년 100㎞ 도심구간 자율주행에 성공했고, 구글은 지난해 12월 운전대와 브레이크 등을 모두 생략한 완전 자율주행차 콘셉트카를 발표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조향과 가감속 통합제어를 통해 운전자를 보조하는 레벨2 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해 말까지 고속도로 주행지원시스템을 양산한 뒤 레벨3 수준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최근 교통안전공단은 국내 자율주행차 기술 수준을 엿볼 수 있는 기술시연회를 열었다. 상용차 자동차안정성 제어장치는 미끄러운 노면이나 급회전으로 대형 승합차가 미끄러지거나 전복되는 대형사고 발생을 감소하는 기술이다. 승용차 자동비상제동장치는 갑자기 등장한 장애물과의 충돌을 피하는 장치이고, 차선유지지원장치는 운전자의 졸음 등 부주의로 인한 차선이탈을 운전자에게 알려주고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일부 기능들은 이미 차량에 장착된 상황이다.

정부는 자동차안정성 제어장치는 앞으로 상용차에 장착을 의무화할 계획이고, 자동비상제동장치와 차선유지지원장치는 2017년부터 자동차안전도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자율주행차 실증지구를 지정하고 실험도시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우디 ‘RS7’이 지난 1월 열린 ‘2015 CES’에 앞서 자율주행 기술인 파일럿 드라이빙을 선보이고 있다. 아우디코리아 제공
◆일반도로 자율주행은 ‘불법’


자율주행차의 판매나 운행을 허용한 나라는 아직 없다. 이게 현실화하려면 이런 기술을 도로 위에서 시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도로 자율주행은 현재 불법이다. 다만 일부 국가는 필요요건을 갖춘 업체에 특정지역에서의 자율주행 기술시험을 허용하고 있다. 2013년 네바다와 캘리포니아 등 미국 5개주가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허가했고, 일본도 자율주행 전용 번호판을 발급했다. 영국도 브리스톨, 그리니치 등 4개 지역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이 가능하다. 독일도 내년부터 뮌헨에서 베를린까지 이어진 아우토반 구간에서 시험운행을 허가할 계획이다.

이에 정부도 자율주행차의 도로 시험운행 허가 요건을 마련할 방침이다. 자율주행 시스템 장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도 추진한다.

자율주행차를 일반 도로에서 시험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아직 완전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해 북미에서 의무화하면서 상용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인 전방충돌방지(자동비상제동장치) 기능의 경우 아직은 차선을 넘어서 끼어드는 차량까지 100% 회피하지 못한다. 대신 충돌 충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화처럼 차 안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으려면 도로 상황이나 주변 차량 상황 등의 정보가 자동차에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하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적이 없다.

신형 제네시스에 탑재된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조감도. 현대자동차 제공
◆자율주행차 탔지만 ‘전방주시’ 42.5%


운전자가 자율주행차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여부는 상용화의 마지막 관문이다.

최근 세계일보가 인크루트에 의뢰한 자율주행차 관련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 303명의 51.7%가 자녀나 연인 등 소중한 사람이 자율주행차로 장거리 여행을 하는 것에 대해 ‘신중하게 선택할 것을 권유하겠다’고 답했다. ‘선택에 맡긴다’는 응답은 37.9%였고 ‘적극 찬성’은 6.1%에 불과했다. ‘자율주행차의 주행안정성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30∼50% 신뢰한다’가 36.3%였고, ‘10∼30% 신뢰한다’는 22.5%,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9%였다. ‘50% 이상’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응답은 34.3%에 불과했다.

‘100% 자율주행차에 탑승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래도 전방을 주시한다’는 응답이 ‘휴식’이라는 답변과 같은 42.5%를 차지했다. ‘자율주행차가 효과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컨디션이 안 좋아 운전에 집중하기 어려울 경우’가 54.5%로 압도적이었고, ‘초보운전자가 운전할 때’(14.2%), ‘출퇴근시’(13.9%), ‘여행시’(13.2%)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응답자의 40.4%는 ‘자율주행차가 10년 안에 대중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중화되기 힘들 것’이라는 답변도 16.7%나 됐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