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3재(災) 넘어라” 비상등 켠 현대자동차

美 판매량 10% 줄어 점유율 7%로, 中 경쟁 격화 공장 출하량 12% 감소
勞, 해외생산 합의 요구 임단협 난항
신차 릴레이 출시로 실적 반등 기대
현대자동차가 엔저와 유로화 약세, 신흥시장 화폐가치 급락 등 경영 외적 요인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등 주력 수출시장에서 엔저(엔화 약세) 효과를 앞세운 일본 업체에 밀리고 국내 시장에서도 부진하더니, 주가하락으로 시가총액 3위 자리도 위태로워졌다. 최근 노조와 임단협도 본격화하면서 잔인한 여름이 시작됐다. 7월 이후 출시되는 ‘신차’들이 실적을 얼마나 끌어올릴지가 관건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의 위기는 전세계 1·2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판매가 부진한 데서 비롯했다. 특히 최근에야 침체기를 벗어나고 있는 유럽이나 성장세가 한풀 꺾인 신흥시장과 달리 중국과 미국은 여전히 성장세인데도 판매가 뒷받침되지 못했다. 두 시장 모두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와의 경쟁력 다툼에서 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시장의 경우 현대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3%나 줄어든 6만3610대를 기록했다. 미국시장 전체 평균 판매 증가율(1.6%)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다. 기아차는 3.9% 늘어난 6만2433대를 판매했고, 결국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4월 8.3%에서 지난달 7.7%로 떨어졌다. 반면 GM과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1년 전보다 각각 3%, 4% 판매가 늘었고, 폴크스바겐(9%), 혼다(1.3%) 등도 판매가 증가했다. 미국에서의 고전은 모델 노후화와 환율 영향이 크고, 다른 브랜드와 달리 인센티브가 낮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현대차의 중국 공장 출하량은 12.1% 줄었다.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이 힘겨워진 것도 원인이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요가 폭발적인 중국에서 기술력이 확대된 현지 업체와도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거대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부진으로 현대차의 지난달 해외 판매량은 33만4309대로 4월보다 6.1% 줄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해외에서 고수하고 있는 ‘제값받기’ 정책을 접고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 생산량에 차질을 준 노사관계도 녹록지 않다. 2일부터 시작된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는 기본급 15만9900원 인상,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의 요구안을 내놨다. 사측은 ‘국내외 공장 생산량을 노사 합의로 결정한다’는 등의 노조 요구안에 대해 “경영권 침해”라며 재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지난해 통상임금 이슈를 따로 논의키로 해 임단협에서 충돌할 여지는 줄었지만, 노사 협상 상황에 따라 생산 차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로서는 6월을 거쳐 7월부터 출시하는 신차들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K5, 아반테, 스포티지 등의 신형모델과 쏘나타 디젤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신형 에쿠스 등이 주저앉은 실적을 끌어올려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