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300만 관중 돌파 프로야구 ‘메르스 암초’

수원戰 예매 취소 눈에 띄게 증가
기업들 단체 관람 취소도 줄이어
현장에선 리그 중단 검토 의견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프로야구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 구장의 단체관람이 취소되는 등 메르스의 본격적인 영향권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4일까지 5개 구장에 4만2808명이 입장해 올 시즌 268경기 만에 누적 관중 300만명(301만6620명)을 돌파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0만 관객까지 103경기 28일, 100만에서 200만 관객까지 86경기 22일이 걸린 것에 비해 그 기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뚜렷한 관중 증가 현상을 보이던 프로야구가 안타깝게도 메르스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다. 메르스 우려와 공포가 많은 야구장 관중 증가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메르스가 전염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기피 현상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려한 대로 5일 금요일 4개구장 평균 관중은 지난주 금요일(5경기 평균 1만1700명)보다 훨씬 적은 5267명에 불과했다.

이예 야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박근찬 KBO 홍보팀장은 “아직까지는 메르스 사태가 프로야구 관중 동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수원 경기는 예매 취소율이 높아지는 등 평소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고 밝혔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5일 프로야구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열린 서울 목동구장의 관중석도 썰렁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케이티 구단 관계자도 “몇몇 기업의 단체관람이 예정돼 있었는데 속속 취소되는 중”이라고 전했다. 메르스 환자가 많이 발생한 지역이 경기도이다 보니 경기 지역에 위치한 수원 구장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부실 대처가 더해지면서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단체관람 취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현장에서도 불안감이 감지되고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아무래도 불안감 때문에 야구장을 찾는 팬이 줄어들 것 같다”고 걱정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지면 리그 중단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KBO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나 상황이 악화될 것을 예상해 대비책을 강구 중이다. KBO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에서는 특별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고 말해 현재로서는 일단 관망하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온다면 KBO는 이미 준비해 놓은 대응 매뉴얼을 총동원해 적극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가뜩이나 올해 KBO 리그는 날씨가 좋아야 할 4월에 잦은 비가 내리는 등 흥행 악재를 겪은 상황이다. 5월 이후 관중 회복세가 가파르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로 프로야구는 또 한 번 고비를 맞았다.

메르스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사태가 완전히 잡히기 전까지는 꾸준히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야구계의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유해길 선임기자 hk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