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줌업] 씨름협회 집안싸움 팬 외면 부채질

씨름판은 요즘 ‘막장 드라마’를 방영 중입니다. 씨름계는 현재 회장 선거와 각종 임원 보직을 둘러싸고 두 파로 갈려 극심한 내홍을 겪는 중입니다. 한쪽은 4일 새로 선출된 남병주 회장과 성석윤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한 현 집행부이고, 다른 한쪽은 천하장사 출신 이봉걸 감독을 필두로 협회 개혁을 부르짖는 비상대책위원회입니다.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급기야 지난 4일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진행된 대한씨름협회 신임회장을 뽑는 자리에서 ‘분신소동’까지 일었습니다.

한때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씨름판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요. 바로 비리가 만연한 스포츠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입니다. 경찰청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스포츠 비리 수사 결과에 따르면 성 국장은 씨름대회 경기장 설치비를 과다지급해 협회에 8470만원의 손해를 끼쳤고 기업 후원금 4000만원 중 일부를 성과금 명목으로 스스로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횡령했습니다.

대한체육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1심에서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성 국장의 징계를 씨름협회에 요청했습니다. 이에 씨름협회장은 성 국장의 직위를 일시 해제했습니다.

하지만 성 국장은 한 달도 안 돼 자리로 복귀합니다. 성 국장은 항소를 한 상태이며 협회 규정에도 벌금형은 직무 복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최형창 기자
하지만 체육회 입장은 완강합니다. 체육회 관계자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13일 씨름협회에 성 국장 복직에 대해 제대로 소명하지 않으면 구체적인 징계 수위까지 직접 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씨름은 1980년대 이만기부터 2000년대 초반 최홍만에 이르기까지 숱한 스타를 배출하며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스포츠의 인기에 밀려 외면당하는 실정입니다. 위기의식을 느낀 씨름협회는 지난달 22일 씨름기본계획연구 공청회를 여는 등 인기를 되찾기 위해 나름 노력 중입니다.

이처럼 하나가 되어도 모자라는 마당에서 요직을 둘러싸고 이전투구나 벌이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입니다. 볼썽사나운 내홍은 얼마 남지 않은 팬들마저 씨름판에서 고개를 돌리게 만들 뿐입니다.

씨름계 관계자들은 인기 회복을 논하기 전에 ‘밥그릇’을 내려놓고 그동안의 잘못에 대해 팬들에게 먼저 용서를 구해야 할 때입니다. 팬들이 있어야 씨름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마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