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중도 유적지 발굴 현장을 찾은 시민 300여명은 청동기시대 집터 등을 유심히 둘러봤다.
9일 오후 강원도 춘천시 중도 유적지 발굴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청동기시대 주거지를 둘러보고 있다. 춘천=박연직 기자 |
중도에서는 현재 5개 조사기관이 2단계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고 이날 현재까지 청동기시대로 추정되는 주거지 178곳, 구덩이 94곳, 분묘 33기, 경작지 23곳 등 총 345점의 유적·유물이 발굴됐다. 발굴조사는 주거지의 경우 25%, 분묘는 3기만 진행됐을 뿐이다.
중도에서는 현재 레고랜드 테마파크가 조성중이지만 1단계에 이어 2단계 발굴 현장에서도 대규모 유물과 유적이 발굴돼 ‘역사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레고랜드 조성을 앞두고 실시한 1차 발굴조사에서도 총 1400여기에 달하는 청동기시대 유물이 확인됐다.
중도에 들어서는 레고랜드는 테마파크 면적이 129만㎡로 세계 레고랜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 사업에는 멀린그룹 1000억원 등 모두 5000억원이 투입돼 2017년 3월 개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1차 조사에 이어 2차 조사에서도 대량의 유물과 유적이 나오고 있어 반대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일부 학계에서는 1차 조사 때 발굴된 비파형 동검과 청동 도끼 등 청동기시대 유물이 대량 발견돼 고조선이 한반도 중부지역까지 영향을 미쳤던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레고랜드 부지 적절성과 유물 보존 방식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발굴 현장을 찾은 엄연석(55·경기남양주시)씨는 “후손을 위해 레고랜드 부지의 위치 조정과 유적지 보존 방안 등이 확실하게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문대 이형구 석좌교수는 “현재까지 발굴 성과로 볼 때 중도 유적지는 청동기시대부터 철기시대를 거쳐 삼국시대까지 2000년 가까이 한강유역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같은 여러 시대에 걸쳐 중첩된 유적은 세계적으로 볼 때 드문 사례로, 더 이상 발굴하지 말고 유적을 보존해 후세에 남겨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주장했다.
춘천=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