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주목 받았다. 고전발레의 대표작을 호주 안무가 그램 머피가 통째로 뜯어고친 데다 음악과 무대·조명·의상까지 새로 만들었기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국내 발레계에는 그간 전막 창작 무용이 적었다. 대형 창작 작품이어도 낙랑공주, 춘향·심청전처럼 우리 전통 소재를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 UBC의 시도가 의미 있는 이유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이 창작 발레 ‘그램 머피의 지젤’을 세계 초연하고 있다. UBC 제공 |
안무는 대결·싸움 장면에서 빛을 발했다. 알브레히트와 힐라리온의 싸움, 윌리들의 위협은 독특하고 강렬했다. 반면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2인무 등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밀도가 덜했다. ‘지젤’에서 감정 흐름의 핵심인 사랑이 절절히 와닿지 않았다. 연인의 사랑이라는 기본 뼈대가 약한 데다 전혀 다른 두 세계가 만나는 복잡한 설정까지 녹이다 보니 1부 흐름이 탄력적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안무가 머피는 기존의 평민 대 귀족 구도 대신 지젤이 속한 자연친화적이고 따뜻한 세계와 알브레히트의 경직되고 차가운 세계가 접촉하는 이야기로 각색했다.
음악과 무대에는 한국적 요소가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관현악 사이로 꽹과리, 징, 장구, 가야금, 목어 등 전통악기의 소리가 들려왔다. 지젤과 알브레히트가 처음 만나는 대목에서는 한국의 산수를 담은 수묵화를 무대 배경으로 세워놓았다. 한국적 요소의 세련된 변용이 감상의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일부 장면에서는 고전과 현대, 서구와 한국이라는 요소들이 상승 효과를 내지 못하고 덜 저은 음료처럼 애매모호한 맛을 냈다.
초연 첫 공연이다 보니 무용수들의 실수도 눈에 띄었다. 1막 군무에서는 동작이 맞지 않거나 움직임에 확신이 없는 듯한 모습이 일부 보였다.
송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