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성 끼어들기나 고의 급정거 등 다른 운전자를 위협하는 이른바 보복·위협 운전을 한 이들이 최근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사례는 도로 위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로드레이지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보여준다. 실제 국내 운전자 중 상당수가 보복·위협 운전을 당해봤거나, 해본 경험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월 1회 이상 운전을 하고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로드레이지 및 한국의 운전문화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10명 중 7명이 우리나라 도로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도로문화를 지적하는 의견은 성별과 연령에 관계없이 동일한 수준이었으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는 전체 3.9%에 불과했다. 요즘 도로 위에 지킬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는 응답도 전체 72.2%에 이르렀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이런 인식이 보다 두드러졌다. 특히 10명 중 8명이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은 운전을 할 자격이 없으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 꾸준하게 발생하는 음주운전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대형 교통사고가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는 의견은 전체 10.6%에 불과했다. 그러나 교통위반에 걸리는 것을 운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치부하는 운전자가 4명 중 1명으로, 자신의 잘못보다는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3명 중 1명은 교통사고가 운전이 미숙한 사람들로 인해 발생한다는 의견을 가지고도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도로 위에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고도 생각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모두가 똑같은 운전자이지만 도로에는 성별과 연령·차량 등에 따라 분명한 ‘힘의 논리’가 적용되고 있다는 인식이 큰 것으로, 역시 남성보다 여성이 도로 위에 강자와 약자가 존재한다는 데 보다 많이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대다수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경향이 있고 한국사회에서는 약해 보이거나 만만해 보이면 손해를 본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런 태도가 운전문화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로에서 벌어지는 운전자의 난폭 행동을 뜻하는 로드레이지 사례를 실제 운전 중에 빈번하게 볼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난폭 행동을 하는 운전자를 얼마나 자주 목격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10명 중 4명이 종종 본적 있거나 매우 자주 봤다고 응답한 것이다. 보통 수준이라는 응답은 23%, 별로 보지 못했다는 응답은 33.8%였다.
반면 로드레이지 운전자를 전혀 본 적 없다는 응답은 4.4%에 그쳐, 상당수 운전자가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난폭 행동을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운전 중 난폭행동을 어떤 행동까지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실제 많은 운전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로드레이지 경험을 밝히고 있었다.
또 전체 65.9%가 손가락으로 삿대질을 하면서 욕 하는 운전자를 본 적 있다고 응답했으며, 실제 자신이 운전 중 욕설을 들은 경험이 있다는 운전자도 44.8%에 이르렀다. 10명 중 7명은 운전 중 시비가 붙어 싸우는 차량을 본 적 있었으며, 이런 상황에서 시비가 붙은 운전자를 막아본 운전자는 8.3%였다. 또한 운전 중 성차별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는 운전자가 26.2%였는데, 남성보다는 여성 운전자가 성차별 발언을 들은 경험이 역시 훨씬 많았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심각하게 바라볼 부분은 보복·위협 운전의 경험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37.6%가 운전 중 보복·위협 운전을 당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전을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언쟁이나 시비로 인해 보복과 위협을 당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남성 운전자와 50대 운전자, 그리고 하루 운전시간이 많은 운전자가 보복·위협 운전에 노출된 경험이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스스로가 보복·위협 운전을 해봤다는 운전자도 전체 12%였다.
트렌드모니터는 “이는 자신에게 보다 관대한 사람들의 심리를 생각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로드레이지 현상은 자동차가 운전자를 대신하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익명성과 연관 지어 살펴 볼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난폭하게 운전하는 것 같다고 응답한 것이다. 아울러 평소와는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운전 중 상황에 맞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시하는 운전문화의 정착도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앞서 로드레이지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운전자들은 상대방이 미안하다는 표시를 했다면, 본인도 그런 난폭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먼저 보복·위협 운전을 해 본 운전자의 80%가 상대 운전자가 미안함을 표시했으면 보복·위협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안하다고 표시를 했더라도 상황이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응답은 11.7%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운전 중 욕을 한 적이 있는 운전자와 상대 차와 다툰 적이 있는 운전자 모두 상대방이 미안함을 표시했다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87.4%, 86.4%에 달했다.
운전을 하면서 다른 운전자에게 미안함을 표시할 때는 비상등을 켠다는 운전자가 52.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손을 들어 미안함을 표시한다는 운전자가 35.5%, 고개 숙여 인사한다는 운전자가 11.5%였다. 고마움을 표시할 때도 마찬가지로 ▲비상등을 켠다 ▲손을 들어 표시한다 ▲고개 숙여 인사한다는 순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들에 대해 전체 25.8%는 따로 배우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이 따로 배웠다기보다는 다른 운전자에게 들어본 적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으며, 운전면허증을 딸 때 배운 적이 있다고 교육내용을 기억하는 운전자는 9.7%에 그쳤다.
이와 함께 스스로의 운전 중 감정상태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서는 10명 중 3명만이 운전을 하면 성격이 다소 급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으며, 평소 운전을 하면서 흥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운전자도 21.6%에 그쳤다. 트렌드모니터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감정을 참지 못한다는 인식이 다수였던 것과는 다르게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운전 중 화가 나는 대표적인 상황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는 운전자를 봤을 때로, 전체 운전자의 62.5%가 화가 난다는데 동의했다. 또한 자신이 차선을 끼어들었을 때 뒤에서 경적을 울리면 화가 난다는 응답이 40.7%로 적지 않았다. 그에 비해 ▲복잡한 도로에서 신호가 바뀌었는데 앞차가 조금 지체를 하게 될 경우 ▲느리게 운전하는 운전자를 봤을 경우 ▲다른 차가 내 차를 추월할 경우 화가 난다는 데 동의하는 운전자는 적은 편이었다.
실제 운전자 10명 중 4명은 개념 없이 차량이 끼어들었다고 생각되면 경적을 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차량에 경적을 울리는 편이라는 운전자가 29.3%였으며, 24.3%는 무리하게 끼어드는 자동차를 끼어들지 못하도록 방해할 때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