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취업문을 뚫었지만 30∼40대 직장인의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 20대 때 느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책임감’으로 이름만 바뀐 채 삶을 옥죄는 까닭이다. 부양할 가족이라도 생기면 책임감은 배가된다. 이들의 피로는 나날이 쌓여만 가고 있다.
◆피곤한 직장인, ‘저녁이 있는 삶’은 꿈일 뿐
한국 근로자들의 일하는 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다. 통계치가 있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8년간 1위를 차지하다가 2008년에서야 멕시코에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8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이 일상적으로 야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근 시간은 일 평균 3시간, 일주일 평균 4일로 집계됐다. 월 평균 50시간 가까이 초과근무를 하는 셈이다. 이들 중 65.1%는 주말에도 근무했다. 직장인들은 하루 평균 10시간55분 정도를 회사에서 보내고 있었다.
스마트폰 메신저를 업무에 이용하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메신저 증후군’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도 늘어났다. 회사에서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메신저를 활용하지만 직장인들은 이 때문에 업무 강도가 계속해서 높아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송모(38)씨는 “업무가 없는 날에도 휴대전화가 옆에 없으면 불안하고, 옆 사람의 벨 소리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서) 돈을 덜 줘도 좋으니 개인 시간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도 많다. 한국은 지난해 OECD 가입국 중 평균 근로시간 2위와 더불어 최저 수면시간(6시간35분)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동시에 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의 건강상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 취업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의 80.9%가 크고 작은 질환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업무의 최일선에 있는 30∼40대 대리·과장급의 질환 비율이 각각 86.9%, 85.1%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 일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덕성여대 최승원 교수(심리학)는 “잠시라도 완전히 직장이나 생계와 관련되지 않은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최선”이라며 “직장인의 현실상 이것이 어렵다면 스트레스에 처한 상황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