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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인터넷 도청회사에 2012년부터 총 8억6000만원 지불

국가정보원이 위장 명칭으로 이탈리아 보안업체와 계약해 2012년부터 구글 G메일과 스마트폰 등을 도·감청하는 프로그램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실제로 이 프로그램을 구입해 활용했다면 ‘불법 사찰’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9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보안전문가와 함께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에서 유출된 서버 자료(400기가바이트)를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 육군 5163부대’(The 5163 Army Division, The Gov. of the R.O.K)가 2012년부터 올해까지 이탈리아 보안업체에 총 68만6400유로(8억6200만원)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5163부대는 국정원이 대외적으로 사용하는 위장 명칭 가운데 하나다.

문서(사진)에 따르면 5163부대는 2012년 1월5일 처음 RCS(Remote Control System)라는 인터넷 도·감청 프로그램을 구입하고 그 대가로 27만3000유로(약 3억4300만원)를 해킹팀에 지급했다. 이후 몇 개월 단위로 꾸준히 업그레이드 등의 명목으로 계약이 이어져 올해 1월까지 송금됐다.

RCS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도·감청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그동안 보안이 철저해 거의 뚫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던 G메일과 아이폰뿐 아니라 기기를 통해 접속한 인터넷 이용기록, 페이스북 등 사실상 거의 모든 내용을 엿볼 수 있다. 취재팀은 이 프로그램의 구입 여부와 사용처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정원 측에 전화 등으로 문의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조병욱·이재호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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