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60명 → 100여명으로… ‘총선 염두’
세계일보가 10일 당직자 및 의원 보좌관의 도움을 얻어 소속 의원 160명 전원의 계파를 분석한 결과 비박계는 55명, 친박계는 105명으로 분류됐다. ‘유승민 정국’이 진행되던 중 일부 언론이 분석한 계파 분석도에서 친박계가 60여명, 비박계가 90여명으로 평가된 것과는 확 달라진 것이다. 최소 40여명이 비박계에서 친박계로 넘어간 셈이다. 이는 내분이 정점에 달했을 때 예견됐던 것이기도 하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이장우 의원은 지난 7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게 사적으로 전달한 의원이 100여명 정도 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의 우위 탈환은 ‘중립적 비박’ 성향으로 분석된 의원들이 대부분 친박계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 둘 중 택일하는 식으로 선명한 전선이 짜이자 중립 성향 의원들이 결국 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편에 선 것이다. 지난달 25일 첫 의원총회에서 다수가 유 전 원내대표를 지지했지만, 지난 8일 의총에서는 ‘유승민 지킴이’가 거의 자취를 감춘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던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들 다수가 초·재선 의원이다. 친박계 압박에 맞설 만큼 지역구 ‘뿌리’가 단단하지 못한 처지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운데)가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대구 K2 공군기지 이전 관련 사업 보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올랐다. 이재문 기자 |
◆뭉치는 비박… 정치적 변곡점 따라 변화 가능
졸지에 소수파가 된 비박계는 똘똘 뭉치고 있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유승민계’가 그렇다. 유 전 원내대표가 직을 수행했을 때 다수 TK(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은 ‘친유승민계’임을 자처했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지금은 친박계로 전환됐다. TK지역의 한 새누리당 보좌관은 “TK는 결국 박 대통령을 업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은 ‘친유승민계’ 의원들은 대부분 유 전 원내대표와 이념적 성향이 일치한다. 이번 정국의 또 다른 키맨인 김무성 대표는 자파 의원을 대부분 놓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친박계 우위의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 중진 이재오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원내대표는 행정부 수반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된다”며 “새 원내대표가 누가 되든 무슨 기대를 하겠느냐”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장기적으로 변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당 복귀를 비롯한 여러 정치적 변곡점이 놓여있다. 친박계 폐쇄성의 ‘위험성’도 남아 있다. ‘친박 중진’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비례대표나 초선 의원들은 원래 친박계였는데 이들을 (비박계로) 돌려세웠던 것이 이른바 ‘친박계’라고 말하는 사람들 아니었나”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