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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무사령부 전경. |
지난 10일 국방부 검찰단이 중국에 기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무사 소속 A 해군 소령을 구속기소하면서 간첩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검찰단은 A 소령에게 군사기밀누설 등의 혐의를 적용하면서도 간첩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군 당국은 “형법 상 간첩죄를 적용하기에는 법률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간첩 행위임이 명백한데도 처벌하지 못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간첩을 간첩이라 부르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 1950년대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해온 정치권과 정부의 태도에 그 원인이 있다.
◆ 6.25 당시 시각 반영한 ‘구멍투성이’ 간첩죄
현행 법률 상 간첩죄 적용의 근거는 형법 98조와 군형법 13조다.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형법 13조는 “적을 위하여 간첩행위를 한 사람은 사형에 처하고, 적의 간첩을 방조한 사람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적’이란 북한을 의미한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에 의한 간첩죄를 미국 등 동맹국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북한이 아닌 제3국의 간첩 행위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이는 형법 제정 이후 간첩죄에 대한 개정이 없었던데 기인한다. 2013년 6월 작성된 국회 법사위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는 “현행 형법 98조 간첩에 관한 죄는 형법 제정 시기(1953년 9월) 이후의 국제정세 변화에도 불구하고 60여년간 법문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는 6.25 직후였기 때문에 교전 상태에 있는 적(북한)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중국 등 주변국과 우방국에 의한 간첩 행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주한미군을 노린 이슬람 테러단체의 활동 가능성도 제기되는 현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도 형법 개정 관련 검토보고서에서 “적국의 개념은 선전포고 또는 교전상태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국제정세와 안보환경이 변화된 현재에 다양한 위협 요인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간첩죄의 상대방을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형법 개정 시도 있었다···‘잠자다 폐기’
형법 개정의 필요성도 인정되는 상황에서 국회나 정부 차원의 개정 움직임은 없었을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으로 검색해본 결과 2004년 17대 국회 개원 당시부터 최근까지 발의된 형법/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200개에 달한다.
이 중에서 간첩죄에 대한 개정안을 담은 법률안은 3개. 18대 국회였던 2011년 7월과 9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송민순 의원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이, 19대 국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 의원이 각각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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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익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송민순 의원과 홍익표 의원은 형법 98조 1항과 2항의 ‘적국’을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로 개정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이은재 의원은 여기에 더해 처벌 조항을 일부 신설했다.
간첩죄와는 거리가 있지만 군 암호체계의 보안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작년 8월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 주도로 발의됐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대부분 소관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송민순 의원과 이은재 의원의 법안은 18대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홍익표 의원의 법안 역시 2013년 6월2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심사소위로 넘긴 이후 계류되어 있다. 송영근 의원 법안도 작년 12월 법사위에서 논의한 이후 이렇다할 진전이 없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논의가 가속화되지 않을 경우 18대 국회에서도 간첩죄 개정 논의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 “이러다 소 잃고 외양간도 못고친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간첩 혐의를 기밀유출로 축소하느냐” “중국 눈치를 보느냐”며 기무사 A 소령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현행 형법이 어떠한 맹점이 있는지,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동료 의원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사전에 파악이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국방위 전체회의를 지켜본 한 군 관계자는 “간첩죄 개정에 대한 법률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데, 그것만 통과시켜줘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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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호크 무인정찰기. 무인기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간첩에 의한 정보수집은 여전히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다. |
정치권의 잘못도 있지만 정부의 책임도 부인하기 어렵다. 2004년 이후 발의된 형법/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간첩죄를 다룬 정부 입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정치권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미국의 경우 1996년 해군 정보국 소속 한국계 로버트 김에 대해 ‘북한 잠수함 정보를 동맹국인 한국 무관에게 알려준 혐의’로 체포해 징역 9년, 보호관찰 3년을 선고했다. 동맹국이던 적국이건 기밀을 넘기면 간첩죄로 간주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방산 관련 기밀이나 군사적 움직임 등에 대한 정보를 외국에 유출해도 집행유예 정도에만 그치는 실정이다.
A 소령 사건을 계기로 간첩죄의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정치권과 정부의 움직임으로 볼 때 자칫하면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제2. 제3의 A 소령 사건을 막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