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인종차별적 뜻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문제가 나오고 있어서다. 금융권과 학계 등 전문가들도 용어 개선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다.
우선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블랙컨슈머란 단어가 인종차별적 의미를 지닌다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용어 자체에서 '블랙'이 흑인을 떠올리는 등 인종차별적 느낌을 준다"며 "'화이트소비자', '그레이소비자' 등 소비자를 색깔에 견줘 표현할 수 없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원'이란 단어의 부정적 측면을 뺀 '악성소비자' 정도로 바꿔부르자고 제안했다. 현재 소비자관련 학계에서는 '문제행동 소비자'란 표현이 두루 쓰인다.
학계뿐만 아니라 실제 은행권에서도 블랙컨슈머 단어를 바꾸는 추세다. 기업은행은 내부에서 블랙컨슈머 용어 대신 '문제행동소비자' 등으로 순화해 부른다.
장영임 IBK고객센터장은 "블랙컨슈머란 용어는 사회적으로 고객을 저급화한다는 판단 하에 내부적으로는 '문제행동 소비자', '관심고객'등으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은행의 한 관계자는 '악성 고객'으로 바꿔부르는 게 맞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동의한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현재 블랙컨슈머란 단어를 내부자료나 보도자료에 사용하지 않는다.
원대식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 부국장은 "블랙컨슈머란 단어가 영어권에서 쓰이지 않고 있을 뿐더러 인종차별적 요소도 지닌다"며 "금감원에서는 '악성민원인', '문제행동 소비자'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호주 등 해외에서는 '비윤리적소비자', '나쁜소비자' 등으로 부르고 있어 이를 참고할 필요도 있다"고 소개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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