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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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원세훈·나나테크 고발" 여 "안보무시 무책임"

‘국정원 해킹의혹’ 공방 격화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오른쪽)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23일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새누리당은 “국가 안보를 무시하고 정보기관을 무력화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맹비난했다.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원 전 원장 등 국정원 관계자와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중개한 ㈜나나테크 등을 피고발인으로 하는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 고발은 당의 세 갈래 대응 전략(사실 확인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정책 대안 준비, 원내 차원의 진실 규명, 검찰 수사) 중 하나다.

안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의혹의 진실 규명을 위해 30개 자료를 요구했지만 국정원은 한 건도 제출하지 않고 무응답으로 대응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위원회 소속 송호창 의원은 고발장 내용을 설명하며 “일단 피고발인은 원 전 원장, 이병호 현 원장 등 관계자”라고 밝혔다.

세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왼쪽)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새정치연합은 그러나 고발장에 이 원장을 적시하려다 막판에 뺐다. 고발장에 대한 최종 검토 작업 중 이 원장을 제외하는 게 좋겠다는 법률 자문단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현직 국정원장을 고발 대상으로 특정할 경우 여권의 ‘정쟁 프레임’에 갇혀 공세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을 비롯해 모든 혐의자를 적시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이 많았지만 자문단은 해킹 프로그램 구입·사용은 이 원장 취임 전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발 내용 중 국정원과 직접 관련된 것은 크게 3가지로 국정원의 스파이웨어 전달·유포 의혹(정보통신망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스파이웨어 설치를 위한 해킹 및 정보취득 행위(형법상 업무방해 등), 사망한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증거인멸 의혹(형법상 기록 변작)이다. 여기에 나나테크의 감청 설비 미인가 의혹(통비법 위반)이 포함됐다.

새누리당은 전방위적으로 야당을 성토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위원장을 향해 “해킹 전문가, 백신 개발자로서 이럴 때 자기가 국가와 국정원을 위해서 문제를 좋게 풀어주고 국가를 도와줄 수 있는 행동을 할 때 국가 지도자, 그 분야 전문가로서 존경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1998년도에 전 정권들이 국회의원을 도청해 국정원장이 구속되고 야당의 전 정권들이 했던 엄청난 짓거리들이 있었다”고 역공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 이철우 의원도 라디오방송에서 “검찰이 와서 (국정원) 서버를 본다는 것은 그 자체가 대한민국 안보에 큰 구멍이 나는 것”이라며 “특별히 잘못이 있다는 게 밝혀졌을 때 수사해야지 무턱대고 의혹 제기가 됐다고 수사하는 것은 굉장히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삭제된 자료의 복구 가능성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린다. 한 여권 관계자는 숨진 국정원 직원이 단순히 키보드 자판의 딜리트(Delete·삭제)키를 이용해 자료를 지웠기 때문에 완전 복구가 가능하다는 국정원 설명을 전했다. “디가우징(자기장을 가해 하드디스크를 훼손하는 방법)이면 복구도 안 되지만, 딜리트 방식으로 지워서 복구도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위 야당 간사 신경민 의원은 정책조정회의에서 “100% 복원이 불가능할 수 있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