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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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반상 전설의 대결’서 웃다

조치훈 ‘열’ 소리와 함께 착수
12년 만의 특별대국서 시간승
1980∼90년대 세계 바둑계를 호령했던 조훈현(62) 9단과 조치훈(59) 9단의 ‘반상 전설의 맞대결’에서 조훈현이 시간승을 거뒀다. 조훈현 9단은 26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한국현대바둑 기념 대국’에서 조치훈 9단이 초읽기를 놓친 탓에 154수 만에 시간승했다. 이날 대국은 2003년 10월 삼성화재배 8강전 이후 12년 만에 성사된 것으로 한국기원이 현대바둑 70년을 기념해 주최했다.
조훈현 9단(왼쪽)과 조치훈 9단이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현대바둑 70주년을 기념해 12년 만에 특별대국을 펼치고 있다.
이제원 기자

각자 제한시간 1시간, 40초 초읽기 3개로 진행된 이날 바둑은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실리파로 잘 알려진 조치훈 9단이 이례적으로 양화점 포석을 들고 나와 초반부터 조훈현 9단의 하변 대마를 공격하며 반상의 주도권을 잡았다.

하변 싸움이 일단락된 뒤 상변 접전에서는 조훈현이 우상변과 상변에 집을 확보한 반면 조치훈은 좌상변 대마를 잡아 다소나마 우세하게 국면을 이끌었다. 미세하게 앞선 조치훈이 중앙 흑 대마만 큰 문제 없이 수습하면 결승점이 보이는 순간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 조훈현이 중앙 흑 공격을 시작했으나 ‘타개의 천재’라고 불린 조치훈이 어렵지 않게 수습할 것으로 예상되던 시점이었다.

제한시간을 다 쓰고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조치훈이 계시원의 ‘열’ 소리와 함께 돌을 놓은 것. 바둑 규정상 대국자는 계시원의 마지막 ‘열’ 소리가 들리기 전에 착수해야 하며 만약 초읽기의 마지막 ‘열’이 나오면 시간패가 선언된다. 양 대국자 모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고 공개 해설장을 가득 메운 바둑 팬들 사이에는 아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번 대국의 심판을 맡은 김인 9단이 두 기사의 의견을 물은 결과 조치훈 9단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이로써 두 기사의 상대전적은 일본기원 시절과 비공식 대국을 포함해 조훈현 9단이 9승5패로 앞서게 됐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