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9단(왼쪽)과 조치훈 9단이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현대바둑 70주년을 기념해 12년 만에 특별대국을 펼치고 있다. 이제원 기자 |
각자 제한시간 1시간, 40초 초읽기 3개로 진행된 이날 바둑은 중반까지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실리파로 잘 알려진 조치훈 9단이 이례적으로 양화점 포석을 들고 나와 초반부터 조훈현 9단의 하변 대마를 공격하며 반상의 주도권을 잡았다.
하변 싸움이 일단락된 뒤 상변 접전에서는 조훈현이 우상변과 상변에 집을 확보한 반면 조치훈은 좌상변 대마를 잡아 다소나마 우세하게 국면을 이끌었다. 미세하게 앞선 조치훈이 중앙 흑 대마만 큰 문제 없이 수습하면 결승점이 보이는 순간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 조훈현이 중앙 흑 공격을 시작했으나 ‘타개의 천재’라고 불린 조치훈이 어렵지 않게 수습할 것으로 예상되던 시점이었다.
제한시간을 다 쓰고 마지막 초읽기에 몰린 조치훈이 계시원의 ‘열’ 소리와 함께 돌을 놓은 것. 바둑 규정상 대국자는 계시원의 마지막 ‘열’ 소리가 들리기 전에 착수해야 하며 만약 초읽기의 마지막 ‘열’이 나오면 시간패가 선언된다. 양 대국자 모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고 공개 해설장을 가득 메운 바둑 팬들 사이에는 아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번 대국의 심판을 맡은 김인 9단이 두 기사의 의견을 물은 결과 조치훈 9단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했다. 이로써 두 기사의 상대전적은 일본기원 시절과 비공식 대국을 포함해 조훈현 9단이 9승5패로 앞서게 됐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