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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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형제간 경영권 다툼 격화… 창업주 신격호 회장 '강제 퇴진'

장남 신동주 '쿠데타' 실패
신격호 경영 일선 물러나
차남 신동빈측 그룹 장악
롯데그룹에 느닷없는 ‘왕자의 난’이 일어나면서 후계 구도에 일대 격변이 일고 있다.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롯데가 장남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93·사진)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생 신동빈(60) 롯데 회장을 몰아내려다 실패했다. 그룹 창업주인 신 총괄회장이 오히려 67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롯데그룹은 28일 일본 롯데홀딩스가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룹 측은 “신 명예회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의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 보고를 받게 될 것이며, 신동빈 회장은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대표해 시너지 창출과 이를 통한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 총괄회장은 그동안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인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아 한·일 롯데그룹의 주요한 결정에 영향력을 미쳐왔다. 따라서 신 총괄회장의 갑작스러운 명예회장 추대는 사실상 강제퇴진으로 해석된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신 총괄회장이 전격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경영구도가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신 총괄회장의 퇴진이 후계 구도에서 밀려났지만 롯데그룹 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신 전 부회장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관측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전날 친족 5명과 함께 비밀리에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격으로 신 회장을 비롯한 이사 6명을 해임했다.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을 주선한 이는 신 전 부회장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신 회장을 비롯한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이사해임 결정이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고 규정하고, 이날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