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청년층이 경제난의 희생양 신세로 전락했다. ‘이태백’(20대의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나온 뒤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 이어 집과 친구까지도 포기한 ‘오포세대’가 등장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에는 대학 인문계 출신의 90%가 논다는 ‘인구론’과 ‘청년 실신’(청년 실업자+신용불량자)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미국 청년층의 사정도 비슷하다. 미국 청년층을 대표하는 세대는 1981년부터 2000년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이다. 이들의 나이는 현재 18∼34세이다. 이 밀레니얼 세대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부메랑처럼 부모 집으로 회귀하고 있어 ‘부메랑 세대’로도 불린다.
밀레니얼 세대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에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비율이 22%였으나 2015년 1분기에는 26%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미국이 본격적인 경제 회복기에 접어든 2010년에는 부모 집에 거주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비율이 24%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퓨리서치센터는 미 인구센서스국의 자료를 분석해 2007년에는 1340만명의 밀레니얼 세대가 부모 집에 살았으나 올해 초에 그 숫자가 163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미국의 18∼34세 연령층 실업률은 2010년에 12.4%에 달했다. 이 연령층의 실업률이 올해 초에 7.7%까지 떨어졌다. 또 평균 주급도 2012년에 547달러(약 65만원)에서 올해 초에 574달러로 소폭 올랐다. 하지만 캥거루족은 오히려 5년 만에 약 300만명 증가했다. 물론 밀레니얼 세대 중에도 부모로부터 독립한 사람이 많다. 2007년에는 독립한 밀레니얼 세대가 4270만명 가량이었으나 올해 초에는 이보다 약간 줄어 4220만명 가량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청년층은 결혼, 집, 학자금 빚 상환을 포기한 ‘삼포세대’이다. 이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며 학자금 빚을 갚지 못해 다시 부모 집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다. 뉴욕, 샌프란시코 등의 주택임대료 상승률은 봉급 인상률보다 41%포인트나 더 높다. 2013년 미국 대졸자의 75%가 평균 2만8400달러(약 3315만원)의 등록금 빚을 안은 채 대학 문을 나섰다. 미국의 주택보유 비율은 63.5%로 3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013년 기준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결혼 비율은 26%에 그쳤다.
결국 한국이나 미국이나 포기하는 데만 능숙해져 버린 청년세대에게 다시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선 청년고용할당제와 같은 특단의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