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임기 막판을 향해 가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모습과 비교된다. 현직 대통령의 연임이 가능한 미국에서는 정권의 반환점이 특정 시기로 고정되지는 않는다. 재선 여부에 따라 반환점의 기준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재선돼 임기 2년을 채 안 남긴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은 ‘쿼터제’를 끄집어내곤 한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에도 백악관은 ‘오바마의 4쿼터’를 이야기했다.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나는 4쿼터 플레이어”라고 공언했다. 정치 부문에도 미국의 인기 스포츠들처럼 쿼터제가 도입이라도 된 듯, 오바마 대통령의 막바지 행보가 시선을 끌고 있다. 쐐기포든 역전의 한방이든 4쿼터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할 때 관중의 박수 소리가 가장 큰 법이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
안호영 주미대사는 7월 말 특파원 미팅에서 “국내외 정치와 외교 현장에서 이룬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의 ‘4쿼터’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2008년 취임 당시 그의 발언을 소개했다. 안 대사는 “오바마 대통령은 ‘손을 움켜쥔 나라라 하더라도, 그 나라가 손을 펴면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는데, 그게 현실화된 게 이란과 쿠바일 것”이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북한을 떠올리게 된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에서도 진전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7월 말 미국을 찾은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대화에는 대화, 도발에는 응징’이라는 확고한 대북 원칙이 있다고 했다. 현 부의장의 표현처럼 박근혜정부가 ‘대북 작전’에 변화를 주겠다는 신호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와 달리 대일 외교를 대하는 정부의 자세에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놓을 종전 70주년 담화의 내용이 현재로서는 기대 수준 이하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이지만 정부는 그동안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일본이 동맹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거의 대척관계를 형성해 온 박근혜정부가 대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이런 행보가 일본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북한에 대해선 기조 유지, 일본에는 변화 등으로 표현되는 박근혜정부 후반전의 대북 및 외교 셈법은 여전히 복잡하다. 당장 코앞에 닥친 대외관계 현안도 한둘이 아니다. 5∼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나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등이 주목된다. ARF를 계기로 남북 외교장관 간 공식 회담이나 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나 정치나 후반전은 또 다른 시작이다. 외교전쟁에 나서는 박근혜정부는 취하고 버리는 카드를 제대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구원투수의 모습을 기대한다. 그렇게 남은 후반전을 마무리하면 관중(국민)이 박수치며 경기 후에도 자리를 지키지 않겠는가.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