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및 재난 현장과 응급상황 등 참혹한 현장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소방공무원에 대한 심리상담이 체계적이고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그동안 힐링캠프를 통한 일회성, 개별치료 위주로 진행되던 소방관 심리상담이 전체 소방서를 대상으로 한 집단 상담프로그램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소방관의 심리장애 여부를 검사해 일대일 상담과 유형별 집단 상담프로그램이 가동된다.
6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중앙소방본부는 소방공무원의 심리상담 프로그램인 ‘찾아가는 심리상담실’을 진행할 전문기관 선정작업을 조만간 완료하고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소방관들이 사고나 화재 현장 등에서 심하게 훼손된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각종 질병에 노출됐음에도 체계적인 심리상담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범사업은 총 19개 소방서를 대상으로 3개월간 진행된다. 이들 소방서는 전국 202개 소방서 중 사고 발생과 소방관들의 출동빈도가 높은 소방서를 중심으로 선정됐다. 심리상담 위탁기관으로는 이화여대산학협력단과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단, 심리상담전문 힐러스협동조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찾아가는 심리상담실은 교육과 진단, 상담, 집단치유, 심리변화 점검 등 5단계로 진행된다. 전문기관은 19개 소방서 4700여 소방관을 대상으로 통합교육을 실시한 뒤 상담을 진행, 우울증·수면장애·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알코올사용 장애 등 유형별로 소방관을 분류한다. ‘치료 필요’, ‘관리 필요’ 수준의 소방관들은 유형별로 맞춤형 집단 상담과 일대일 상담을 병행해 받게 된다. 안전처는 올해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2016년 60여곳 등 대상 소방서를 점차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소방관에 대한 심리상담의 필요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업무 특성상 사고와 재난 현장에 빈번히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이뤄진 소방공무원 심리평가 전수조사에서 소방관의 27.1%가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24.4%는 자살자 시신수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7.7%는 신체가 심하게 훼손된 범죄사건에 출동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동료의 사망을 목격한 경우도 8.5%에 이르렀다.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부상을 당하거나 독성물질에 노출된 경우도 각각 8.3%, 6.6%나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방공무원의 유병률은 일반인의 5∼10배에 이른다. 소방공무원의 PTSD 유병률은 6.3%로 일반인의 0.6%에 비해 10배 이상 높았다. 소방관의 10.8%가 우울증을 겪었으며, 수면장애와 알코올사용 장애를 호소한 소방관도 각각 21.9%, 21.1%에 달했다.
그러나 그동안 소방공무원에 대한 심리상담은 중구난방으로 이뤄졌다. 소방관 개인이 알아서 심리상담소나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는 등 개별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그나마 2012년부터 매년 건강검진에서 고위험군 진단을 받은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매년 3박4일간 힐링캠프가 운영됐지만 일회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전처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찾아가는 심리상담실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소방공무원 심리장애 문제 해소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