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의혹이 현역 군인의 최고 정점인 합참의장으로까지 번졌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해군 해상작전헬기 AW159(와일드캣) 도입 비리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해군참모총장이던 최윤희 합참의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온다. 구매시험평가서를 허위로 작성했을 당시 최 의장의 일부 지시가 있었다는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도 한다.
아직 진위는 밝혀진 게 없다. 의혹의 당사자인 최 의장은 펄쩍 뛴다. “시험평가에 대한 최종 결과를 보고받은 것은 맞지만 허위로 무엇을 조작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반박한다. 향후 사건의 실체 규명은 수사당국의 몫이다. 하지만 군의 최고 지휘관이 비리 의혹에 휘말린 자체가 군의 수치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당시 총장으로서 감독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
와일드캣은 천안함 피격과 같은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되는 고성능 대잠작전헬기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만도 1조3036억원이나 된다. 합수단에 따르면 2013년 미국 업체를 제치고 영국·이탈리아 합작사인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기종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온갖 의혹과 비리가 난무했다. 2012년 제안서 제출 때에는 실물 제품이 없어 육군의 훈련용 헬기에 장비 대신 모래주머니를 채워 시험 비행을 했을 정도다. 그러고선 보고서에 “실물평가 결과 모든 항목을 충족했다”고 적었다. 이런 식으로 시험평가서가 조작된 항목이 133개 중 87개에 이른다.
비리 범벅인 와일드캣 사건에서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장 등 전·현직 해군 간부 6명이 이미 쇠고랑을 찼다.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도 도입 과정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망신이 없다. 지난해 11월 합수단이 출범한 이래 적발된 방산비리 규모는 줄잡아 9809억원에 이른다. 전·현직 장성 10명을 포함해 63명이 기소됐다. 전직 해군참모총장이 둘씩이나 통영함 납품 비리로 구속됐고, 비리를 감시해야 할 국군기무사 요원마저 돈을 받고 군사기밀을 무기중개상에 팔아넘긴 사실도 드러났다. 국가 안보의 심장부가 통째로 썩은 셈이다.
방산 비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보의 누수를 가져오는 이적행위라고 규정한 중대 범죄다. 이적행위에는 지위고하나 성역이 있을 수 없다. 악성 종양을 말끔히 도려내지 않으면 국가 안보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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