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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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텐진항 인근서 또 화학공장 폭발사고…최소 9명 부상

중국 당국의 허술한 산업안전 규제와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소 121명이 사망한 톈진(天津)항 화학물질 적재창고 폭발사고 수습이 한창인 와중에 인근 산둥(山東)성에서 비슷한 화학공장 폭발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연이은 산업안전 사고와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로 다음달 3일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22일 오후 8시40분쯤 산둥성 쯔보(淄博)시 헝타이(桓臺)현에서 룬싱(潤興)화학공업과기가 운영하는 화학공장 적재창고에서 폭발이 일어나 공장 직원 등 최소 9명이 다쳤다. 폭발은 공장 인근 일부 가옥들의 유리창이 파손되고 사고 지점에서 2㎞ 떨어진 곳에서도 진동을 느낄 정도로 강력했다. 한 인근 주민은 SCMP에 “두 번의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이 공장은 나일론 제조에 쓰이는 아디포나이트릴을 주로 생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질은 인화성 물질로 유독가스를 배출한다. 이번 폭발로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차 12대와 소방대원 150명이 긴급 출동해 진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현지 언론은 “현재 (공장 주변) 대기 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이 떠다니고 있다”며 톈진항 사고 때처럼 위험물질이 유출됐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국의 느슨한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꼬집는 목소리도 높았다. 중국 산업안전법에 따르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이나 공장은 주거지역으로부터 1㎞ 밖에 들어설 수 있다. 사고시 너무 가까운 데다 심지어 이같은 규정을 지키지 않는 업체도 부지기수다.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난 톈진항의 경우 최소 3군데 마을이 1㎞ 이내에 위치해 있었다. 영국 BBC방송은 “톈진에 이어 산둥성 폭발사고로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열병식에 또 하나의 악재가 추가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톈진항 사고 수습 당국은 지난 12일 폭발사고로 숨진 사람은 모두 121명이라고 밝혔다. 실종자는 54명이다. 폭발 직후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의 희생이 컸다. 숨진 소방대원은 67명이고 생사가 파악되지 않은 소방관도 37명이다. 신중국 건국 이후 최악의 소방참사다. 맹독성 물질 회수·중화 작업도 더디게 진행 중이다. 당국은 “지금까지 시안화나트륨 200t을 회수했다”고 밝혔다. 사고 전 톈진항에 보관돼 있던 시안화나트륨은 700t 정도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