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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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스토리] 골프장 가격 파괴… 살아남기 마케팅 치열

‘45홀 그린피 9만원, 36홀 7만원, 27홀 5만원, 18홀 오전 9시 전 4만원·11시 이후 3만원.’

중견기업이 운영하는 제주도 내 A골프장(27홀, 비회원제)이 올여름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중 ‘무한필드 이벤트’다.

수도권 회원제골프장 18홀 그린피(골프장 입장료)가 평균 주중 18만∼20만원, 주말 23만∼25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히 파격적이다.

이뿐이 아니다.

강원도 B회원제골프장은 올해 회원 모집을 하면서 ‘입회금 반환 보증서’를 발행한 데 이어 전국 어느 골프장 회원이라도 ‘회원대우’를 해준다. 이 골프장의 회원 요금은 18홀에 1만원(각종 세금 별도)에 불과하다. 다른 골프장 회원이면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세금에다 1만원만 내면 이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동반자에게도 25∼30% 할인해 준다.

캐디선택제를 도입한 제주도 C골프장은 미국처럼 이용객이 카트를 직접 몰고 페어웨이 진입도 허용하고 있다. 인터넷회원에게는 무료로 뷔페를 제공한다.

‘골프장 500개 시대’를 맞아 골프장마다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이 치열하다. 콧대 높던 골프장들이 고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 내 골프장은 그린피 하한 마지노선인 18홀 5만원 선이 무너진 지 오래다. 18홀 그린피 3만원이면 스크린골프장 이용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여름 대부분의 골프장들이 주민에 한해 그린피를 주중 3만∼5만원, 주말 5만∼6만원으로 내렸다. 골프장들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린피를 내리고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자구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주의 경우 2002년 8곳이던 골프장이 현재 30곳으로 급증하면서 출혈경쟁에 따른 영업적자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특히 회원제골프장들은 그린피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제가 연말에 끝날 것으로 보여 더욱 울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수년 전만 해도 비회원이 회원제골프장을 예약하려면 온갖 ‘백’을 동원해야 했지만 지금은 거꾸로 회원제골프장들이 주중 등을 가리지 않고 고객을 ‘모시기’ 위해 진땀을 빼고 있다. 골프전문여행사 대표 김모(47)씨는 “10여년 전만 해도 항공좌석을 확보해도 예약이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 콧대가 높았던 골프장들이 이제는 파격조건을 제시하며 손님을 데려와 달라고 구애를 한다”면서 “요즘은 오히려 항공편 예약이 어렵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