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현장메모] 전승절 참석 반기문 총장에 몽니 부리는 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일본 정부가 9·3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어이없는 몽니를 부리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주(駐)유엔 대표부를 통해 반 총장 측에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유엔은 일본과 독일이 일으켜 인류문명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제2차 세계대전의 전화(戰禍) 위에서 국제평화를 지향하기 위해 1945년 창설됐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70년간 세계정부의 얼굴이자 평화메신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전쟁의 반성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그의 중요 업무다. 그 상징으로 역대 유엔 사무총장은 유럽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기념일(5월8일)이나 러시아의 전승기념일(5월9일)에 꾸준히 참석해 왔다. 지난 5월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 행사에도 반 총장은 참석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반 총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은 자연스러운 행보이고 오히려 일본의 주장과는 거꾸로 당연한 의무로도 보인다. 일본이 만약 반 총장이 한국인이고,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해왔다는 그릇된 피해의식에서 유엔 사무총장의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다면 실망스러운 일이다. “각 회원국은 사무총장 및 직원의 책임이 전적으로 국제적인 성격임을 존중할 것과 그들의 책임 수행에 있어서 그들에게 영향을 행사하려 하지 아니할 것을 약속한다”는 유엔헌장 100조를 일본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이번에 동아시아 전국(全局)을 조망하지 못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협량(狹量)함을 다시 본 것도 씁쓸하다. 아베 총리의 일본 정부는 반 총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경망스럽게 시비걸 게 아니다. 오히려 러시아 전승절 65주년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의 갈등 속에서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으로서는 유일하게 러시아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같은 전범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화해 행보를 보며 ‘진정한 미래’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김청중 외교안보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