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파킨슨병 아내 27년 병수발끝에 죽이고 같이 가려한 70대, 2심서 집유로 선처받아

파킨슨병을 앓는 아내를 27년간이나 병수발하다 지쳐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하고 자신도 함께 생을 마감하려 했던 70대 전직 교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선처받았다. 

앞서 1심은 징역 4년을 선고한 바 있다.

3일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범균)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문모(7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알츠하이머(치매)와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범행 후 자살까지 시도했다"면서 "40여년 간 교육계에 헌신한 점과 치매 증상이 악화돼 장기간 수형생활을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자식들이 선처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문씨는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받은 뒤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해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아왔다.

문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 마지막날인 9월9일 대구 수성구 자신의 집에서 쇠망치로 아내(70)의 머리를 8차례 내려친 뒤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문씨는 아내의 병간호를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으며, 밤을 지새며 말동무를 해주거나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지극정성으로 병시중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9월 초순께 아내의 증세가 악화되자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으나, 아내가 완강하게 거부하는 바람에 다시 병간호를 한 문씨는 심신이 지쳐 아내를 먼저 보낸 뒤 목숨을 끊으려했지만 실패했다. 

문씨는 1심 결심공판 최후 진술을 통해 "교직에 있던 내가 여러번 학교를 옮겨다닐 때 아내는 시골에 남아 혼자 시부모를 봉양하며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아내가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 살아야 할 명분이 없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파킨슨병은 손떨림, 느린 행동, 몸 마비 등의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주위의 절대적 보살핌이 필요하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