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함지뢰 사건은 자칫 확전될 개연성이 충분한 사건이었다. 김정은이 실제로 전면전을 기도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잠수함(정)과 공기부양정 및 특수전부대를 배치한 것은 확전으로 비화되기 충분한 요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이 8·25합의에 도달한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에 큰 의미가 있다. 다음주 초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미·소 간의 핵전쟁 위기가 데탕트로 전환된 것과 같이 남북관계에서도 극적인 반전이 기대된다. 박근혜정부가 표방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2년 반 만에 가동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국제정치학 |
그렇다고 남북관계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김정은이 당장 핵과 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대남 군사 위협과 협박을 재개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긴장을 고조시킨 후 대화와 협상을 추구하고 보상을 받고는 곧 합의를 파기해 버리는 것이 북한의 전략이다. 북한의 기만전술을 용인해서는 안 되지만,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도발-보상’의 악순환을 끊고 화해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북한의 도발과 위협, 부당한 요구에는 원칙을 지키며 단호하게 대응하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에서 천명했듯이 실천 가능한 사업을 통해 상호 신뢰를 쌓고 통일의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작년 8·15 경축사에서 언급했듯이 환경·민생·문화 측면에서의 소통을 통해 남북 간 생활공동체를 구축하는 노력도 시작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노력도 지속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내적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비무장지대(DMZ) 사태는 국민의 일치된 단합이 강력한 대북정책임을 입증했다. 둘째, 북한에 대한 지원과 압박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 북한이 우리의 요구에 응할 때는 보상하되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긴장이 고조되더라도 압박을 가해야 한다. 셋째, 김정은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의 마음을 얻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김정은과의 대화에 연연하지 않고 북한 주민을 포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넷째, 주변국을 비롯한 국제적 지지도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 좌고우면(左顧右眄·결정을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것)하지 말고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를 냉정히 판단해 미국과 중국을 설득하는 적극적 외교가 필요하다.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의 위기로 치닫던 쿠바 미사일위기를 데탕트로 전환했듯이 남북 간 전면전의 위기를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해 공고한 평화와 통일의 기반이 구축되기를 기대한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