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문학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김영하(사진)씨가 4일 오전 펜을 놓고 집 앞마당으로 나왔다. 김씨는 올해 연희동에 집필실을 마련해 이사를 왔는데 마침 이 땅과 궁동산 개발업체의 대지가 맞닿은 부분에 마을 원두막과 담장이 있었다. 업체는 김씨가 개나리언덕살리기주민대책협의회와 함께 공사 반대 현수막을 걸고 공사 반대 운동을 벌이자 법원의 허가도 없이 포클레인으로 원두막과 김씨의 집 담장을 훼손했다. 측량 결과 지적도상 양측의 대지에 맞물려 있었기 때문에 업체 측은 정당한 권리 행사라는 주장이다.
70년 넘게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들의 쉼터로 이용됐던 궁동산 개나리언덕이 최근 고급빌라 개발행위로 인해 상당히 훼손된 모습이다. 이재문 기자 |
그는 연희동으로 집필실을 옮긴 후 소설 원고 대신 구청 등에 수십건의 민원을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관공서는 적법한 허가이니 관여할 수 없다는 공허한 대답만 되풀이한다”며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조만간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 추진과 마을 정자를 무단으로 파괴하고 인접 토지를 무단으로 훼손해 건축물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 등을 묶어 공사중지 가처분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저는 정치인도, 공무원도 아니기에 어떤 문제도 해결해 드릴 수 없지만 대신 들어드릴 수는 있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서연중 뒤 집필실로 찾아와 달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