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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취업·결혼·출산, '하나의 선택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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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김가현(28·여·가명)씨는 밥 보다는 빵을 주로 먹는다. 바쁜 출근 시간에는 맥도날드 ‘맥모닝’ 등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고, 저녁도 토스트 등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김씨는 “혼자 살다보니 음식을 준비할 시간도 없고, 또 딱히 같이 먹을 사람도 없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삼포 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삼포 세대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젊은층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과거 1970~1980년대 고(高)성장기에 태어나고 자란 세대는 그들의 부모가 그랬듯, 성년이 되면 취직하고 출산하는 것을 하나의 당연한 인생 경로로 여겼다. 그러나 경제성장 정체기를 경험하는 지금의 세대는 이 모든 것을 해도 되고 안 해도 상관없는 ‘하나의 선택지’로 간주하게 됐다.

한국투자증권 박가영 외 6명의 애널리스트가 펴낸 ‘삼포 세대가 바꾼 소비 지도’에 따르면, 박 애널리스트 등은 젊은층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산업구조가 기존과 다른 형태로 발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래의 원동력이 될 젊은층의 행보로 한국 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삼포 세대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더 암울하게 만드는 현상이라고 규정하고 전통적 가치관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훈계식 사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하지만 삼포 세대는 역설적으로 과거 세대가 만들어 낸 결과다. 이들의 바뀐 가치관은 앞으로 되돌릴 수 없는 현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현상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제외하고 삼포 세대의 증가에 따른 소비 지도의 변화와 산업 및 증시 영향을 점검했다.

향후 지배적 가구 형태는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한국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의 비율은 26.5%이지만, 2035년에는 이 비율이 34.3%로 상승할 전망이다.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에 따른 1인 가구화이며, 둘째 원인은 삼포 세대로 대표되는 젊은층의 결혼 기피 현상이다.

특히 삼포 세대의 증가는 2~3인 가구의 증가 또한 수반한다. 현재 60세 이상 서울 시민의 45%가 자녀와 동거 중이다. 예전의 자녀는 미성년 자녀(고등학생까지)를 의미했지만 현재는 독립의 나이가 지난 성년들이 취직·결혼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소위 ‘캥거루족’이 늘어가면서 2~3인 가구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들은 소득수준이 높지 않아도 부모와 함께 살기 때문에 주택 구입이나 식료품 소비 등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자기 계발이나 자아실현·취미 등에 소득의 많은 부분을 투자한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솔로 이코노미’가 등장했다. 그러자 의식주 산업 전반에서 1인용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삼포 세대의 증가로 전체 인구가 줄어 가구당 인원이 줄어들지만, 가구 수는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인원수가 줄더라도 가구당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밥솥·정수기·세탁기·침대 등은 그 크기만 줄어들고, 판매 대수는 가구 수의 증가와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는 소포장·반조리 식품 등 식생활에서 편의성을 가장 중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식품 산업 전반에서 회자되는 키워드는 ‘도시락’이다. 전국에 가장 많이 깔린 유통망인 편의점에서는 1인용 식사를 전략 상품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를 도시락 등으로 공략중인 CU·GS25·세븐일레븐 등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다인 가구는 주로 자녀 교육·건강·가정이 주요 관심사인 반면 1인 가구의 관심사는 경제·재테크, 취미·여가 활동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소비의 큰 부분이 가족이 아닌 스스로를 위한 소비에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업계에서는 이에 대응한 상품을 늘리고 있다. 여행사에선 홀로 여행을 즐기는 싱글족을 겨냥해 동행 없이 혼자 여행해도 추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만들고 있다. 악기 제조사들은 성인들을 위한 강의 및 강연을 준비해 취미로 악기를 배우는 1인 가구족을 겨냥한 마케팅을 늘리고 있다.

쇼핑의 판도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 및 캥거루족이 늘어나면 여럿이서 하는 오프라인 쇼핑보다 혼자 하는 온라인 쇼핑의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이 과거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대형마트에서 주로 구입했던 생필품조차 G마켓·옥션·11번가 등 온라인쇼핑몰에서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필연적으로 결제 방식의 변화를 수반한다.

다시 말해 과거 가족 단위의 쇼핑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들였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나 필요한 소량을 자주 주문하게 되면서 결제 건수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소용량 식품의 필요성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은 최근 2개월 내에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식품소비 관련한 설문조사를 지난 7월17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응답자 10명 중 7명(76.1%)은 소용량 식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63.6%는 제품의 양이 많아서 구매를 주저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필요하다고 느낀 소용량 식품은 채소·야채류(58%)와 과일류(53%)였다. 특히 1인 가구(54%)가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응답자의 66.7%는 실제 소용량 식품을 구입해본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소용량 식품을 구매한 이유에 대해 ▲남기지 않고 다 먹을 수 있어서(44.8%) ▲그때그때 신선하게 먹을 수 있어서(35.7%)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서(29.8%)라고 답했다. 소비자들은 소용량 외에 '대용량' 식품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2.4%가 대용량 식품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대용량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식품은 ▲유제품(52.3%) ▲면류(37.3%) ▲냉동·냉장 식품류(35.5%) ▲과자·간식류(31.5%) ▲생수·음료·커피·차 종류(28.7%) 순이었다.

응답자의 85.5%는 대용량 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연령이 높고 가족 구성원이 많을수록 대용량 식품 구입 경험이 많았다. 대용량 식품을 구입한 가장 큰 이유는 '용량대비 가격이 저렴해서(62.3%)'였다. '원래 자주 먹던 식품(33.3%)', '오래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26%)' 등이 뒤를 이었다.

점심과 저녁은 꼭 챙겨먹지만 아침식사는 잘 챙겨먹지 못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응답자들은 빵이나 김밥(38.8%)과 선식과 두유 등의 배가 차는 음료(36.5%)로 아침을 해결한다고 답했다. 점심은 식당(61.8%)에서 먹는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저녁의 경우 식당(43.6%)이나 배달음식(30.1%)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응답자들은 10번 밥을 먹는다면 6번은 직접 조리하고(57.1%) 4번은 조리된 음식을 사먹는 것(42.9%)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고령층 1인 가구는 소득 불안에 시달리며 젊은층은 집세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싱글족의 경제적 특성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60대 이상 1인 가구는 소비성향이 축소되고 근로 안정성이 가장 취약하다고, 20·30대는 전·월세 보증금 부담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중되고 월세 임차료 지출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다고 각각 분석했다.

1인 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을 보면 지난해 60대 이상은 84만원으로 20·30대(193만원), 40·50대(201만원) 중 가장 작았다. 소득 자체가 작다 보니 60대 이상 가구의 소비에서는 필수재 비중이 컸다.

1인 가구의 소비지출액 중 식료품 지출 비중을 보면 60대 이상은 2010년 23.2%에서 2014년 23.6%로 상승했다. 반면 20·30대는 8.4%에서 8.5%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고, 40·50대는 13.9%에서 13.0%로 오히려 하락했다.

소비지출액 중 주거비 비중은 60대 이상이 같은 기간 22.6%에서 24.2%로 1.6%포인트 올라 20·30대의 0.6%포인트(17.8→18.4%), 40·50대의 0.1%포인트(17.8→17.9%)보다 가파른 상승폭을 나타냈다.

60대 이상 1인 가구의 취업자 비중도 지난해 32.0%에 불과했다. 20·30대 78.3%, 40·50대 80.1%보다 크게 낮았다. 60대 이상은 취업한 상태여도 근로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60대 이상 1인 가구에서 임시·일용 근로자 비중은 66.0%로 1인 가구 전체 평균(40.0%)보다 26%포인트 높았다.

반면 주거 문제에선 자가 비중이 낮은 20·30대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1인 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는 23.1%로 40·50대(37.3%)나 60대 이상(63.3%)보다 적었다.

20·30대 1인 가구의 전·월세 보증금 부담은 2010∼2014년 연평균 8.3% 증가해 40·50대(5.5%), 60대 이상(1.9%)의 증가 속도보다 빨랐다. 월세 임차료 부담 역시 20·30대 1인 가구는 지난해 기준 월평균 28만원으로 40·50대(24만원), 60대 이상(17만원)보다 컸다.

김 선임연구원은 "고령층 1인 가구의 근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재취업 일자리를 늘리고 공공 근로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며 "20·30대 1인 가구에 맞춘 초소형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